“미래의학은 질병 예측, 진단, 예방에 기반을 둔 정보의학으로 대변됩니다. 정보통신기술(ICT)이 받쳐주지 않으면 정보의학 구현도 어렵습니다.”
서정선 한국바이오협회장은 미래의학 핵심은 ICT 역량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존 의학은 ICT 기술 발전으로 예측, 예방까지 요구하는 패러다임 전환을 맞는다. 우리나라가 의료뿐만 아니라 헬스케어 서비스, 나아가 바이오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바이오기술(BT)과 정보기술(IT)을 결합한 융합적 사고가 필수다.
서 회장은 “바이오가 주목받는 것은 의료비를 혁신적으로 낮추면서 산업육성까지 가능해 개발과 복지를 동시에 추구한다”며 “바이오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인데, IT와 만나면서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혁명의 진원지는 유전체 분석 영역이다. 개인 유전체를 분석해 질병 예측과 진료, 치료, 예방까지 구현한다. 맞춤형 치료가 가능해진다. 미래의학을 정보의학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유전체 데이터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실제 세계 유전체 분석 서비스 시장은 연평균 32%가량 고공 성장 중이다. 2018년 약 8조원에서 2022년에는 10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서 회장은 “바이오 기술이라는 것도 개인 유전정보를 분석하는 기술”이라며 “2000년대 한 사람의 유전 정보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25억달러(약 2조9475억원)가 소요됐지만 2014년 기준 1000달러(약 117만원)까지 떨어졌다. 가격이 해결되면서 누구나 유전 정보를 확인할 길이 열렸다”고 전했다.
유전정보 대중화를 이끈 것도 IT 역할이 컸다. 대규모 데이터를 분석하는 컴퓨팅 기술 발달로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유전정보가 확보되면 개인 맞춤형 의학 구현도 시간문제다.
우리나라는 정보의학이 꽃 필수 있는 최적 환경이다. 저렴한 의료 서비스, 미래의료 기반이 되는 IT역량, 아시아라는 지정학적 이점 때문이다. 나아가 세계 정보의학 주도권 확보까지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서 회장은 “우리나라 의료는 60년 이상 축적한 노하우와 세계적으로 뛰어난 IT 역량을 갖고 있다”며 “무엇보다 미국, 유럽 등 의료 선진국이 확보하지 못한 아시아인에 적합한 콘텐츠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세계 의료시장을 주도하는 미국, 유럽 의료기관과 기업은 서양인에 맞는 유전정보나 치료법을 확보한다. 유전체 분석이 활발하지 않을 당시 서양인과 동양인 유전적 특징을 고려하지 않은 채 치료법이나 의약품을 개발한 탓이다. 유전정보가 축적되면서 동양인에 맞는 치료법 개발이 요구됐다. 사실상 누구도 선점하지 못한 아시아인 유전정보를 확보하면 아시아 시장 전부를 주도할 수 있다.
전망은 밝지만 투자가 뒷받침 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아직까지 유전체 분석 규제가 상당한데다 정부 투자도 부족하다. 유전정보와 진료정보를 합친 바이오 빅데이터 확보 노력이 절실하다.
서 회장은 “유전정보와 EMR를 합친 진정한 바이오 빅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최소 10만명 규모 유전자 분석이 필요하다”며 “영국과 미국이 100만명 규모 유전정보 분석을 시작한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민간주도 분석 작업이 주를 이룬다. 정보의학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정부의 통 큰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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