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은 K-ICT멘토링센터와 공동 기획으로 스타트업을 위한 가상의 기업설명회(IR)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매주 유망 스타트업을 소개하고, 해당 기업의 성장가능성을 평가한 투자자 멘토 인터뷰를 함께 담았습니다.
“옷 살 때 사이즈가 맞나 안 맞나 걱정 많이 하시죠. 저희 솔루션이 그 고민을 덜어드릴 겁니다.”
베이글랩스는 스마트줄자와 길이 기반 플랫폼 서비스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올해 1월 법인을 설립했다. 스타트업 가운데서도 `신생`에 속하지만 행보는 심상치 않다. 사업성과 기술력을 인정받아 퓨처플레이로부터 초기투자금 1억원을 유치했고 중소기업청 팁스(TIPS) 프로그램에도 선정됐다.
베이글랩스가 개발한 스마트줄자 `베이글`은 측정방식이 세 가지다.
먼저 줄을 뽑으면 늘어난 만큼 길이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사용자는 눈금이 아닌 제품이 달린 액정을 보고 길이를 확인한다. 바퀴(휠)로도 길이를 잰다. 팔 길이를 넘어가면 몇 번씩 줄자를 갖다대야 했던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서다. 제품에 부착된 바퀴를 굴리기만하면 측정이 끝난다. 초음파 센서가 부착돼 팔이 닿지 않는 곳은 비접촉 방식으로 길이를 잰다.
측정값은 블루투스 통신으로 스마트폰과 연동된다. 데이터는 서버에 저장된다. 이용자가 길이를 재고 메모하는 수고를 덜었다. 측정한 값을 잃어버릴 우려도 덜었다.
박수홍 대표는 2003년 `대통령 과학 장학생` 1기 출신으로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에서 기계공학과 응용수학을 전공했다. 영국 캠브리지대학에서 기계공학 박사과정을 마쳤다.
소위 `엘리트 코스`를 거쳐 국내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지난해 5월 자기 사업을 하겠다는 목표로 회사를 박차고 나왔다. 입사 4년 만이었다. 부모님과 지인들은 만류했지만 의지가 확고했다. 일주일에 3일씩 밤을 샜다. 3개월만인 지난해 10월 시제품을 개발했다.
그는 10여년 가까운 실험실 생활에서 사업 힌트를 얻었다. “다양한 재료에 최적화된 설계를 연구하면서 줄자를 쓸 일이 많았다”며 “매번 줄자로 재고 펜으로 메모지에 길이를 쓰는 과정이 불편해 스마트줄자를 생각해냈다”고 말했다.
베이글랩스가 가진 핵심기술은 정확도다. 박 대표는 “스마트 줄자는 회전에 따라 정확히 길이를 감지하는 기술이 중요하다”며 “베이글랩스는 센서를 자체 개발, 제작해 경쟁사보다 1㎜단위까지 측정할 수 있는 정확도를 갖췄다”고 밝혔다.
오는 29일에 세계 최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킥스타터`에 스마트줄자를 올린다. 킥스타터는 제품양산 전 예비 소비자에게 선주문을 받는 사이트다. 킥스타터 흥행 실적에 따라 추가 투자와 현지 거래처 확보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베이글랩스가 세운 킥스타터 판매 목표치는 1000대다. 북미, 유럽시장에 먼저 진출한 뒤 국내 시장에는 내년 초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대당 가격은 48달러(우리돈 약 5만7000원)으로 책정됐다.
베이글랩스는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온라인 서비스 분야도 넘본다. 스마트줄자를 토대로 길이 기반 플랫폼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이용자가 측정한 길이 데이터를 소비자와 판매자가 공유해 알맞는 제품을 고르도록 하는 서비스다. 서비스가 상용화되면 소비자는 사전에 저장된 사이즈 정보를 토대로 옷이나 가구를 구매할 때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다.
박 대표는 “샤오미처럼 하드웨어 제품을 보급한 뒤 이를 바탕으로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로 수익을 올리는 것이 장기적 목표”라고 말했다.
류원진 청지파트너스 대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야 한다. 스마트줄자 만으로 시장에서 지속성을 가지긴 어렵기 때문이다. 제품 하나만을 내세우면 반응이 좋아도 인기가 금방 가라앉는다. 또 중국 등지에서 금방 따라잡아 수익률을 잠식할 위험이 있다. 특허를 통한 기술보호가 필요하다.
베이글랩스에 중요한 것은 제품 다변화다. 스마트줄자의 적용범위를 단계적으로 넓혀야 한다. 예를 들면 키재기 용도나 건축설계 등 전문적인 용도에서 응용될 가능성이 있다. 패션, 설계 분야 협회에 제품을 맡겨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박수홍 대표는 경력과 능력이 우수하고 팀 구성원 면면도 훌륭하다. 박 대표가 영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갈 가능성이 있다. 스마트줄자는 줄자와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엮은 독특한 아이템이며 크라우드 펀딩에서 반응을 이끌어내기도 좋다. 여러 대회에서 수상한 제품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