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현희 기자의 날]`개헌`에 대한 대통령 의지

“참 나쁜 대통령입니다.”

2007년 1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개헌 제안에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는 “대통령 눈에는 선거밖에 안 보이느냐”며 이 같이 비판했다. 2011년 2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개헌 필요성을 주장했을 때도 박 대통령은 명백히 반대했다.

박 대통령은 취임 후 개헌 카드를 꺼내든 적이 한번도 없다. 올해 초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지금 우리 상황이 (개헌이) 블랙홀 같이 모든 것을 빨아들여도 상관없을 정도로 여유가 있는 그런 상황이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지난 1월 13일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담화에서 각종 현안에 대해 발언하고 있는 모습.(사진:청와대)
지난 1월 13일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담화에서 각종 현안에 대해 발언하고 있는 모습.(사진:청와대)

지난 4월 중앙언론사 편집·보도국장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도 “(개헌은) 다음에 경제가 살아났을 때, 국민 공감대를 모아서 하는 게 좋지 않겠냐”며 유보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렇다면 박 대통령은 반개헌론자일까. 한나라당 부총재 시절은 물론 야당 대표시절엔 가장 강력한 개헌론자로 통했다. 오히려 당에서 개헌론 주장을 자제해 달라는 요청까지 했을 정도다.

2012년 11월 새누리당 대선 후보 시절 박 대통령은 “집권 후 4년 중임제와 국민 생존권적 기본권 강화 등을 포함한 여러 과제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해 국민 삶에 도움이 되는 개헌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선거 공약이다.

개헌 추진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아직 임기가 남아있지만 여전히 개헌 적기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19일 연합뉴스 조사에 따르면 제20대 국회의원 300명 가운데 250명이 개헌 필요성에 공감했다. 83.3%다. 여야를 초월한 개헌 추진모임도 결성됐다. 각종 국민 여론조사도 개헌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박 대통령이 말한 `국민적 공감대`는 이미 확보된 것으로 봐야 한다. 다만 시기와 방법론을 놓고는 충분한 논의가 필요할 뿐이다.

개헌 논의 자체를 피하면 오히려 오해만 키울 뿐이다. 아직까지 정세균 국회의장이 불지핀 개헌 필요성에 박 대통령은 어떠한 입장도 내지 않고 있다. 대선을 1년여 남겨 놓은 시점에서 개헌을 논의하는 것은 정략적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개헌을 하려면 헌법상 발의 주체인 대통령 의지가 최대 관건이다. 21일 대통령은 한달여 만에 국무회의를 주재한다. 정계 최대 이슈인 `개헌`에 눈을 감을지, 어떤 의견을 피력할지 초미의 관심사다.

위대한 인물은 시대가 만든다고 한다. 위대한 인물이 시대를 만들기도 한다. 기회가 왔을 때 즉각 활용하기 때문이다. `개헌`이 박 대통령에게 닥친 정권 말 국정운영 위기 타개책이 될 수 있을까.

[성현희 기자의 날]`개헌`에 대한 대통령 의지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