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다단계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실태 점검, 제도 개선안을 마련한다. 판매 활동 없이 구매만 하는 `자가 소비형 판매원`을 늘리는 다단계 업체 행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휴대폰 다단계 판매에서도 같은 문제가 지적돼 대안 마련의 목소리가 높다.
20일 정부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달 `다단계 판매 분야 실태조사를 통한 향후 법 집행 및 제도 개선 방향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공정위는 다단계 판매원의 피해 예방에 초점을 맞췄다. 공정위에 따르면 최근 소비자 대상 제품 판매보다 다단계 판매원 모집·관리에 중점을 둔 업체가 늘고 있다. 하위 판매원을 많이 모집하거나 하위 판매원에게 상품을 구입하도록 하면 판매원에게 많은 보상이 돌아가도록 하는 식이다. 수익은 상위 판매원에게 집중되고, 이른바 자가 소비형 판매원은 구매 부담만 떠안게 된다.
공정위가 휴대폰 다단계 건을 마무리하는 시기와 맞물려 연구용역이 발주돼 눈길을 끌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달 12일 `단말기+약정요금`으로 계산한 휴대폰 가격이 160만원을 초과하면 다단계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연구용역 발주도 같은 날 이뤄졌다.
공정위는 “휴대폰 건과는 무관하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특정 분야에 한정하지 않고 다단계 전반이 대상”이라면서 “법 집행이 아닌 연구용역을 통한 실태 파악과 개선안 도출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는 휴대폰 다단계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공정위 조사 결과 휴대폰 다단계 시장에서도 자가 소비형 판매원 문제가 만연했다. 주요 휴대폰 다단계 업체 상위 1% 판매원은 연간 1800만~4000만원의 후원수당을 받지만 하위 60~100%는 10만원도 벌지 못한다. 그러면서 적지 않은 판매원이 연간 180만~200만원의 휴대폰 구매 부담을 떠안는다. 방문판매법상 다단계 업체는 판매원에게 연간 5만원을 초과한 부담을 지우면 안 된다.
공정위는 자가 소비형 판매원를 다단계 시장 전반의 문제로 보고 있다. 2014년 등록 다단계 판매원 689만명 가운데 555만명은 후원수당을 전혀 받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나머지 134만명 가운데 125만명은 연간 100만원 이하 후원수당을 받는다. 사실상 전체 판매원의 98.7%는 `자가 소비형`이라는 결론이다.
공정위는 국내 다단계 업체 보상플랜, 판매원 관리 규정을 전수 조사한다. 휴대폰 다단계 업체를 포함, 총 146개(1분기 기준)가 대상이다. 국내외 다단계 판매 관련 규정 등을 연구해 앞으로의 법 집행, 제도 개선 방향을 모색한다. 소비자 피해 예방을 위한 바람직한 다단계 판매 시장 운영 방향도 도출할 방침이다.
공정위는 21일 연구용역 입찰을 마감하고 연내 결과를 도출, 정책에 반영할 계획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아직 연구 수행자가 결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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