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홈쇼핑이 미래창조과학부가 내린 6개월간 프라임 타임 영업정지 처분에 행정소송이라는 초강수로 맞선다. 입점 중소기업 피해와 가시화된 경영상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홈쇼핑은 지난 16일 이사회를 열고 정부를 상대로 가처분 신청과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롯데홈쇼핑 협력사들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15일 구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피켓 시위를 한지 불과 하루만이다. 비대위는 당일 롯데홈쇼핑에 정부를 상대로 한 행정조치 취소 가처분신청 또는 행정소송 제기 등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이사회가 행정소송 안건을 통과시킨 것은 사실이지만 최종 소송 여부는 확정된 것이 아니다”면서 “행정조치 통보일 이후 90일 이내에 가처분 신청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최종 의사결정 시기에는 변동이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래부는 지난달 롯데홈쇼핑에 6개월 동안 하루 6시간 영업정지라는 사상 초유의 중징계를 내렸다. 재승인 과정에서 비리 임직원을 누락시키는 등 사실과 다른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데 따른 조치다. 롯데홈쇼핑은 이번 영업정지 처분으로 약 55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그 가운데 3600억원을 중소기업이 떠안을 것이라며 수차례 선처를 호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행정소송은 정부 부처 행정 처분일부터 90일 이내에 제기할 수 있다. 롯데홈쇼핑은 오는 8월 24일까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롯데홈쇼핑이 이달 말 행정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예상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오는 25일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 표 대결 이후에 귀국하기 때문이다. 롯데홈쇼핑이 정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기 위해서는 그룹 차원의 협의가 필요하다.
TV홈쇼핑 업계는 롯데홈쇼핑의 행정소송 제기 움직임을 이례로 보고 있다. TV홈쇼핑 사업 승인권을 쥐고 있는 정부에 반기를 드는 모습이 되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행정소송은 3심제로 진행되기 때문에 길게는 수년 동안 진행할 수 있다”면서 “롯데홈쇼핑은 행정소송으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입점 협력사를 안정시키는 시간을 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판결이 날 때까지 정부와 롯데홈쇼핑이 불편한 관계를 지속할 수밖에 없다”면서 “앞으로 TV홈쇼핑, T커머스 재승인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롯데홈쇼핑 영업정지 결정을 내린 미래부는 실제 소송이 진행되면 적절한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한국홈쇼핑상품공급자협회(회장 이창한)는 이날 별도의 성명을 내고 롯데홈쇼핑과 정부가 중소기업의 경영상 타격을 예방할 수 있는 종합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협회는 “방송 영업에서 쫓겨난 중소기업은 그대로 손실을 보거나 다른 홈쇼핑과 거래하기 위해 또 다른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정부는 법규 미비를 탓할 것이 아니라 롯데홈쇼핑 및 협력 중소기업과 협의, 피해 예방 및 구제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희석 유통/프랜차이즈 전문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