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노동력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베트남 진출기업 전략이 바뀌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베트남 노동비용이 빠르게 상승하는 추세를 감안,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기업 베트남 진출로 국내 생산 공동화가 일어난 섬유산업 전략이 바뀌어야 한다는 분석이다.
산업연구원은 2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 `베트남 다국적기업 현황과 시사점`을 공개했다.
보고서는 최근 베트남 노동비용이 빠르게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베트남이 생산기지로서 중요성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최근 베트남 노동비용은 이미 중국의 2005년 수준과 동일하다. 실질구매력가격을 고려한 GDP/취업자수는 1990년 초반 3천 달러 수준에서 2014년 9천 달러로 3배 증가했다. 최근 5년간 GDP/취업자수 증가율(3.86%)을 고려하면 2025년엔 중국의 2008년 수준까지 노동비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TPP등 메가FTA 타결로 더욱 빠르게 노동비용이 상승할 가능성 또한 존재한다.
베트남은 최근 우리나라 기업의 가장 중요한 전략적 생산기지다. 베트남에 진출한 우리나라 신규법인은 지난해까지 3741개다. 미국, 중국 다음으로 많다. 대베트남 해외직접투자 누적액도 127억 달러로 미국, 중국 그리고 홍콩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역대 최대인 515개 신규법인이 진출하면서 약 15억 달러를 투자했다.
문제는 베트남에 진출한 우리나라 섬유 분야 기업이 현지의 저렴한 노동력을 활용한 공정에 의존한다는 점이다. 베트남 진출 우리나라 기업은 제조업 신규법인 수를 기준, 섬유산업(28.2%)과 전자산업(20.7%)에 집중돼 있다. 두 산업 모두 베트남 내 저렴한 노동력을 활용한다. 섬유산업은 국내 생산 공동화가 일어났다. 반면 전자산업은 연구개발(R&D) 등을 활용한 전문화로 베트남에 중간재 수출을 증가시켰다. 베트남 임금 상승 시 섬유산업 기반 한국진출 기업이 경쟁력을 상실할 위험이 크다.
보고서는 생산기지가 아닌 소비시장으로서 베트남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특히 베트남 정부가 국영기업 민영화를 진행하는 기회를 활용, 현지 기업과 전략적 제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외에 △국내 생산 중간재 활용 △기업 핵심기능 재고를 통한 전문화·집중화를 새로운 전략으로 제시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