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치열한 유치 다툼을 벌여 온 영남권 신공항이 백지화됐다. 새 공항을 건설하지 않고 현 김해공항을 리모델링한다. 활주로와 터미널을 확장한다. 우리나라 대표 관문이라 할 수 있는 인천국제공항과 함께 김해공항이 우리나라 남부를 책임지는 거점 공항으로 거듭나게 됐다.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은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영남권 신공항 사전 타당성 검토 결과 김해공항 확장 방안이 최적 대안이라고 발표했다.
영남권 신공항 유치로 신경전을 벌이던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 선정은 없었던 일로 됐다. 용역 결과를 발표한 장 마리 슈발리에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 용역책임자는 “가덕도는 건설비용이 많이 들고 건설 자체가 어려운 데다 국토 남쪽 끝에 있고, 밀양은 전통의 신공항 입지로 적합하지만 모두 접근성 문제가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안은 그동안 제기된 안전을 해소할 수 있고, 기존 시설을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용역 결과가 항공안전, 경제성, 접근성, 환경 등 공항입지 결정에 필요한 제반 요소를 종합 고려해 도출한 합리적 결론이라고 평가했다.
강 장관은 “김해공항 확장 방안은 단순 보강 차원을 넘어 활주로·터미널 등 공항시설을 대폭 신설하고, 공항 접근 교통망도 함께 개선하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김해공항 확장과 관련한 공항개발기본계획을 마련하고 확장 절차에 들어간다.
국토부는 김해공항을 확장하면 장래 영남권 항공 수요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음은 물론 영남권 전역에서 김해공항을 더욱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사실상 밀양·가덕도 신공항에 비해 접근성, 경제성, 활용성이 월등히 높을 것으로 최종 판단했다.
강 장관은 “지난해 1월 영남 지역 5개 지방자치단체와 수차례 협의를 거쳐 입지 평가에 관한 모든 사항을 외국 전문 기관에 일임하고 결과를 수용한다는 합의를 도출한 바 있다”면서 “용역 진행 과정에서도 지자체와 함께 착수보고와 중간보고를 받는 등 지자체와 최대한 소통하면서 용역을 진행해 왔다”고 강조했다.
국토부는 올해 안에 예비타당성 조사를 추진하고 내년 중 공항개발기본계획 수립에 착수하는 등 김해공항 확장을 위한 후속 절차를 추진하기로 했다. 부산 가덕도와 밀양 지역의 선정 무산에 따른 후유증 최소화와 경제성을 고려한 김해공항 확장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과정이 남았다.
한편 지난 2011년 동남권 신공항 타당성 조사 결과 가덕도는 38.3점, 밀양은 39.9점으로 두 지역 모두 사업 착수 기준이 되는 50점에 못 미쳐 탈락된 바 있다.
주문정 산업경제(세종) 전문기자 mjjo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