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바이오]군 병원, 국내 최초 인공지능 진료지원 시스템 구축한다

국군의무사령부 의료종합상황센터 전경(자료: 국군의무사령부)
국군의무사령부 의료종합상황센터 전경(자료: 국군의무사령부)

군 병원이 국내 최초로 인공지능을 활용한 진료지원 시스템을 구축한다. 활용조차 못하고 쌓였던 의료 데이터를 활용해 질병을 예측하고 최적 진료방안을 제시한다. 4차 산업혁명 화두로 떠오른 지능정보 분야 역량 확보가 속도를 낸다.

국군의무사령부는 빅데이터 기반 진료지원 시스템 구축을 위한 개념검증(PoC)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22일 밝혔다. 조만간 관련 사업을 공고해 기술 동향, 적용 분야와 범위를 확정하는 작업에 들어간다. 빅데이터 분석 필수과정인 클라우드 구축 검토도 병행한다.

국군의무사령부가 추진하는 진료지원 시스템은 장병 전자의무기록(EMR)을 분석해 신속한 진단과 신뢰 높은 진료방법을 제시한다. 기존 규칙기반 진료지원 시스템에서 탈피, 컴퓨터가 스스로 학습하는 인공지능 기반으로 고도화한다. 컴퓨터가 대규모 EMR 데이터를 분석해 진단과 처방에 도움을 주는 한편, 군 내 질병 예후도 감지한다.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촬영(MRI) 등을 판독하는데도 적용한다. 의사가 놓칠 수 있는 미세 병변을 알아낸다.

올해 PoC를 통해 기술개발과 적용 범위 등 전체 밑그림을 그린다. 내년 미래부와 공동으로 개발·적용 사업을 진행한다. 인공지능 알고리즘 개발, EMR와 연계, 데이터 분석·관리를 위한 클라우드 구축 등이 추진된다. 국군의무사령부 예하 14개 병원 모두 적용하기 위해서는 500억원 이상 대규모 사업이 예상된다. 적용 시점은 검증 절차를 거쳐 2~3년이 걸릴 것

의료진이 태블릿을 이용해 환자 정보를 확인하고 있다.
의료진이 태블릿을 이용해 환자 정보를 확인하고 있다.

으로 예측된다.

황일웅 국군의무사령관은 “현재 국내 의료기관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한 사례가 없어 관련 업계로부터 아이디어를 제안 받을 예정”이라며 “검사 결과 등 의료 빅데이터를 분석해 컴퓨터가 진단명을 제시하고, 의사가 확인하기 어려운 병변을 검출하는 시스템 개발이 목표”이라고 말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국군의무사령부가 국내 최초로 인공지능 적용을 시도하는 것은 조직 특성에 기인한다. 빅데이터 분석을 위해서는 표준화된 데이터를 한 곳에 모아야 한다. 국군수도병원을 비롯해 의무사 예하 14개 병원은 민간과 달리 EMR가 표준화됐다. 데이터 수집과 분석이 편리하다. 보유 데이터만 500테라바이트(TB)에 달한다. 폐쇄적인 조직 특성상 사회가 우려하는 개인정보 유출 등 문제도 덜 민감하다. 인프라와 조직환경이 데이터 분석·활용에 최적화됐다.

무엇보다 민간 병원과 달리 모든 진료과에 전문의를 배치하기 어려운 점이 인공지능 기반 진료지원 시스템 수요를 높인다. 현재 복무 중인 군의관 규모가 제한적이어서 모든 진료를 하기 어렵다. 장병 의료 데이터를 분석해 진단과 처방을 도와주는 시스템이 개발하면 군 의료체계 신뢰는 물론 전투력 손실도 최소화한다. 같은 성별에 비슷한 나이대가 많은 군 장병 특성을 고려하면 질병과 관련한 의미 있는 데이터 도출도 용이하다. 나아가 환자별 특성에 맞는 맞춤형 치료도 가능하다.

황 사령관은 “군의관은 자신의 소견과 인공지능 시스템이 도출한 진단명을 동시에 확인하면서 진료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며 “ICT를 활용해 군 의료서비스 질을 높이고 환자 안정성도 담보한다”고 전했다.

올해 초 알파고가 촉발한 `인공지능 신드롬`은 산업 전 분야에 적용된다. 방대한 정보를 기반으로 스스로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인공지능은 의료 분야에서도 미래의학을 견인할 기대주다. IBM 인공지능 왓슨은 진료지원, 임상시험 환자 발굴, 영상정보 판독 등에 투입된다. 진단 정확도가 96%에 이른다.

국내에서는 의료 분야에 특화된 인공지능 시스템이 없다. 영상판독, 의료비 절감 등 일부 영역에 인공지능 기술이 활용되지만, 진단·처방 영역에 적용된 사례는 없다. 국방부와 미래부는 공공기관이 선도적으로 의료분야 인공지능을 적용해 민간까지 확산되는 효과를 기대한다.

이재형 미래부 정보화기획과장은 “세계적으로 화두로 떠오른 지능정보 기술에 대해 공공이 선도하는 역할이 필요하다”며 “정부 간 협력으로 지능정보 기술 확보는 물론 민간 확산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군 의료체계에 적용하기 위해 검토해야 할 사항도 많다. 의료분야 인공지능 적용은 책임소재 불분명, 신뢰성 등을 이유로 매우 민감하다. 식약처는 오는 10월까지 인공지능과 의료용 빅데이터를 적용한 의료기기의 안전관리 기본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첫 시도되는 만큼 환자 안전은 물론 제도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박래웅 아주대의대 의료정보학과 교수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임상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통상 95~99% 안정성이 검증돼야 한다”며 “신뢰성 확보는 물론 행정적, 제도적 걸림돌은 없는지 철저히 확인하는 기본연구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