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일대 철공소 소공인들이 온라인을 통해 미국, 중국, 프랑스, 아랍에미리트 등 해외시장 진출에 도전한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 2월부터 지역 소공인특화지원센터와 협력해 소공인 해외진출을 도우면서다. 그동안 소공인은 수출을 하고 싶어도 복잡한 절차로 인해 해외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었다. 내수 위축으로 소공인 입지가 좁아지는 상황에서 해외 진출은 골목상권에 활력을 불어넣을 해결책이 될 수 있어 주목된다.
엄천섭 오리온식품기계 대표는 약 25년 전 회전초밥 컨베이어 제조법을 배우기 위해 일본까지 건너가 제작 기술을 어깨 너머로 배웠다. 회전초밥 컨베이어는 당시 국내에서는 생소한 기기였다. 덕분에 국내 회전초밥 컨베이어 시장을 석권했다.
엄 대표가 신도림동에 터를 잡은지 18년째다. 초밥 컨베이어를 포함한 식품제조설비를 생산하는 중소 철공소다. 5년 전부터 내수경기 침체와 메르스 등 외식업계 악재가 겹치면서 직원 수를 절반으로 줄였다.
엄 대표에게 해외 판로 개척은 재도약을 위한 발판이다. 신규 수요가 해외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는 “매출 30% 정도를 호주 등 수출물량으로 충당하지만 판로 확장을 위해 무역협회와 협력하기로 결심했다”며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초밥 열풍이 불어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문의가 들어오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에스에스스포츠는 등산용 스틱 `원스틱`을 개발, 판매 중이다. 김경원 에스에스스포츠 대표 혼자 개발부터 판매까지 도맡았다. 그가 문래동에서 사업을 운영한지 3년이 지났다. 그 전까지 25년간 기계설비 분야에서 근무했다. 최근 김 대표의 딸 김은솔씨가 대학을 갓 졸업하고 마케팅 담당으로 일을 돕고 있다.
김 대표에게 해외 진출은 원스틱을 자체 브랜드로 키우기 위한 첫 걸음이다. 김 대표는 “3년 전 제품개발을 완료했지만 인지도가 떨어져 소비자가 제품을 잘 알지 못 한다”며 “품질만 믿고 대기업 납품 제의도 거절한 채 자체 브랜드로 버텨왔다”고 말했다. 이어 “무역협회를 통해 미국, 중국, 나이지리아 등에서 바이어가 문의를 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22일 무역협회에 따르면 철공소 7곳이 해외 바이어와 수출을 협의 중에 있다. 이들 업체는 해외 바이어와 수출상담 30여건을 진행 중이다. 무역협회가 B2B e-마켓플레이스 `트레이드코리아` 홈페이지에서 소상공인 우수제품을 발굴하고 소개하면서다.
무역협회는 철공소 소공인과 해외 바이어 간 소통을 중개하고 해외에서 들어온 수출제안을 소공인에게 전달하기도 한다. 트레이드코리아 페이지는 구글, 바이두에 노출되며 하루 5만명이 방문한다. 이 방문객 중 85%가 해외 바이어다. 무역협회는 소공인 업체 카탈로그 제작과 영문 카탈로그 번역 등을 지원했다.
소공인 차원에서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대량 생산능력과 사업 안정성이다. 소상공인이 대규모 생산능력과 사업 안정성을 갖춰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좋은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최원호 한국무역협회 e비즈지원본부장은 “해외에서 대량 구두제작이 들어와 한달 전 섭외한 구두공장을 찾아갔더니 그 사이 공장이 문을 닫았던 사례도 있었다”며 “대규모 주문이 들어와도 이를 소화할 생산능력이 없거나 폐업해 기회를 잡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또 “수출하려고 해도 제품 카탈로그조차 없을 정도로 열악한 소공인이 많았다”며 “특성화 고등학생을 철공소 소공인과 연결해 인력수급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