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0개월 된 아들을 둔 여성 A씨는 마음이 편치 않다. 결혼 전 잘나가는 소프트웨어(SW) 프로그래머였지만 출산과 함께 퇴직했다. 엄마와 아내라는 이름만 남은 자신 모습에 가끔 허무한 생각이 든다.
#2. 전직 웹디자이너 여성 B씨는 딸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나면 자격증 공부를 위해 근처 카페로 향한다. 아이가 조금 더 자라면 다시 경제활동을 하고 싶다. 하지만 흘러가는 시간이 불안하기만 하다.
경제활동을 중단했거나 직장을 그만 둔 이른바 `경단녀(경력단절여성)`는 지난해 205만3000여명에 달했다. 전체 기혼여성 21.8%에 해당한다. 기혼여성 5명 중 1명꼴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셈이다.
경력단절 원인은 결혼, 육아, 임신·출산이 대부분이다. 대체로 세 가지를 처음 겪는 시기인 30대 여성이 전체 경력단절여성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에 따르면 경력단절여성 중 90% 이상이 재취업을 원한다. 현실은 녹록지 않다. 경제가 좋지 않다보니 취업문이 갈수록 좁아진다.
경단녀 문제가 심화되는 가운데 SW가 여성 재취업 통로로 주목받는다. 재택근무나 파트타임 등 유연근무가 용이해 육아 등 일상생활과 병행 가능하다. 여성은 특유의 감성과 공감 능력으로 사용자 요구를 빠르게 파악한다. SW 업무는 단순 노동이 아니어서 재취업 후 성취감이나 만족도도 높다.
SW를 바라보는 사회 분위기도 좋다. 국회는 지난 13일 송희경 새누리당 의원 주최로 `미래일자리 SW가 답이다` 토론회를 열었다. SW산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 중요성을 강조했다. 2018년부터는 초중고 SW교육이 의무화된다. 미래창조과학부와 교육부는 올해 900여개 SW 연구·선도학교를 선정한다. SW 전문 교육인력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미래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은 경단녀 문제를 해결하려 하반기 `SW 여성인재 수급 활성화 사업`을 진행한다. 올해 처음 시행하는 사업이다.
경력단절여성을 비롯해 모든 미취업 성인 여성이 지원 대상이다. SW 분야 경력 또는 관심이 있거나 취업·창업 의지가 높은 여성 중심으로 교육생을 뽑는다. 서류검토와 면접을 거쳐 100여명을 최종 선발한다.
상대적으로 교육기회가 적었던 지방 거주 여성을 위해 광역지자체·창조경제혁신센터와 협업한다. 비수도권 2개 지역에서도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교육은 크게 SW품질테스터 양성과 SW취업 연계 두 가지 과정으로 구성된다. SW품질테스터 양성 과정은 전일 근무가 어려운 여성을 위해 마련됐다. 국내 SW업계는 개발 전 사전 검증 인력이 부족하다. SW품질테스터는 민간 기업 수요를 충족하면서 파트타임이나 재택 근무가 가능한 분야다. 교육과정 역시 가사 병행 여성 참여를 돕고자 1일 4시간으로 제한 운영한다. 기간도 2개월로 짧다.
SW취업 연계 과정은 본격 취업과 창업을 희망하는 여성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이다. 20주 동안 하루 8시간 교육과정 이후 즉시 취업이 가능하도록 돕는다. 이론 교육, 프로젝트 수행에서 문서작성, 기획, 창업까지 종합 교육이다.
교육기간 구인기업 인사담당자가 참여하는 `잡매칭 데이`를 개최한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 사전확보와 교육생이 원하는 기업 취업을 위한 맞춤형 과정이다.
미래부와 NIA는 교육과정과 함께 다양한 행사로 여성 SW 인력 양성과 수요 발굴 여건을 조성한다. 8월 SW여성주간을 지정하고 `SW Welcomes Girls` 행사를 마련한다. 정보통신기술(ICT) 경진대회, 여성 전문가 특강·토크콘서트, 워크숍 등을 연다.
미래부 관계자는 “주요 선진국은 사회 문제로 부각된 고령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SW 분야 투자와 여성 경제활동 확대 정책을 추진 중”이라며 “SW여성인재 수급 활성화 사업으로 취업·고용유발 효과가 높은 SW 분야 여성 인력을 양성, 사회 문제 해결과 창조경제 구현을 견인하겠다”고 말했다.
자세한 교육생 모집요강과 일정은 NIA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이호준 SW/콘텐츠 전문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