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KT 회장이 유엔에 통신 빅데이터를 활용한 전염병 방지시스템 구축을 제안했다. 세계 800여 통신사가 보유한 글로벌 로밍데이터를 공유, 전염병 발병국 체류 여부를 정확하게 확인하자는 아이디어다. 구체화하면 연간 600억달러에 이르는 전염병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황 회장은 지난 2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메리엇마키스 호텔에서 열린 유엔 글로벌 콤팩트(UNGC) 리더스 서밋 2016에서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빅데이터 공동과제(이니셔티브)`를 제안했다.
UNGC는 유엔이 추진하는 지속 가능 발전에 기업의 동참을 끌어내기 위해 2000년에 설립된 유엔 산하 전문기구다. 8800여 기업을 포함해 160여개국 1만4000개 단체가 회원으로 가입했다. 리더스 서밋은 UNGC의 주도로 3년마다 열리는 지속 가능 발전 행사로, 국내 기업이 연사로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황 회장은 “에볼라, 사스, 메르스, 지카 바이러스 등은 인류의 큰 적”이라면서 “전염병으로 인한 손실이 세계 규모로 연간 600억달러(약 69조원)에 이르는 만큼 반드시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감염병 확산을 막으려면 △통신 로밍데이터 공유 △각국 정부 협조 △유엔 총괄이라는 3단계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단계는 세계 800여개 통신사업자가 로밍데이터를 공유하고, 각국 정부가 로밍데이터 공유를 지원하는 수순이다. 개인정보가 포함돼 국가 간 공유가 민감한 문제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유엔이 각국 정부와 통신사업자를 조율하는 단계별 로드맵을 제시했다.
황 회장은 KT가 빅데이터 솔루션을 활용, 국내에서 조류독감(AI) 확산을 방지한 사례를 소개했다. KT는 빅데이터 분석을 활용해 AI 확산 경로가 철새가 아닌 가축 수송 차량의 이동 경로와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AI 확산을 차단, 연간 18억달러(약 2조원)의 손실을 막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황 회장은 전염병의 국가 간 이동 역시 감염국을 방문한 사람을 통해 이뤄지는 만큼 같은 방법으로 확산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73억대분에 이르는 휴대폰의 빅데이터를 분석하면 사각지대인 경유지를 포함, 정확한 감염 정보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KT가 정부와 공동 개발하고 있는 `통신 빅데이터를 활용한 감염병 차단 시스템` 노하우를 이니셔티브 참여 국가 및 기관에 공개하겠다고 제안했다. 개발도상국에는 감염병 확산 방지시스템 구축을 직접 지원하기로 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협력, 공항 방역절차 표준 제정에도 나설 방침이다.
황 회장은 “더 많은 데이터를 활용할수록 질병을 퇴치할 수 있는 더 큰 힘을 키울 수 있다”면서 “KT는 로밍 데이터와 전염병 예방을 위한 빅데이터 솔루션과 그동안의 성공 경험을 기꺼이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뉴욕(미국)=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