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개원을 즈음해 이동통신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개정 추진이 잇따르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지원금 상향 조정에 착수했고, 국회의 단통법 개정(안)도 예고된 상태다.
개정 필요성도 있지만 자칫 정책 일관성을 훼손하고, 시장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합리적 판단을 위해 정부와 국회는 물론 이동통신사, 소비자 등 다양한 의견 수렴이 전제돼야 한다는 주문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게 방송통신위원회가 검토 중인 지원금(보조금) 상한제 조정이다. 방통위는 33만원으로 제한된 지원금 상한선을 단말 출고가 이하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해 말부터 제조사가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가와 고객은 반기는 분위기다. 지원금 상향으로 일부 단말은 공짜 구매가 가능하다. 하지만 지원금 상향에 따른 위약금은 소비자에게 독이 될 수 있다.
현재 상한선인 33만원을 모두 지급하는 경우도 드물어 이통사가 전반적으로 지원금을 높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시각도 지배적이다. 지원금보다 제조사와 판매장려금(리베이트)을 올릴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럴 경우 공시한 금액 이상 지원금이 지급되며 불법이 자행될 소지가 높다. 이같은 부작용을 막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중저가 요금제 지원금 상향은 이미 추진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23일 `요금제에 따른 부당하게 차별적인 지원금 기준` 일부 개정안을 행정예고 했다. 저가 요금제에서도 고가 요금제 못지않은 지원금 지급을 허용하는 게 핵심이다. 8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비례성 원칙에 따라 요금제가 고가일수록 더 많은 지원금이 실리는 단통법 제3조 제2항과 시행령 제3조 제1호는 대표적 독소조항으로 꼽혔다. 저가요금제에도 지원금을 지급하고 고가요금제 사용자를 역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게 제정 이유다. 하지만 고객 불만이 끊이지 않자 개선에 나섰다.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은 지원금 상한제 폐지와 대리점·판매점의 유통망 지원금 상한제 폐지, 지원금 분리공시 등이 골자인 단통법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유통망 지원금은 공시지원금 외에 판매점이 추가로 지급할 수 있는 금액이다. 지원금의 15%다.
상한이 폐지되면 유통망은 리베이트를 최대한 활용해 고객에 제공할 수 있다. 고객은 단말 구매 비용이 줄어 혜택이 커진다. 심 의원은 대형 유통점이나 직영점 대비 중소 판매점이 타격을 입을 것을 우려해 대상을 대리점·판매점으로 한정했다.
분리공시는 제조사와 이통사의 지원금을 분리해서 공시하는 제도다. 제조사 지원금이 공개되면 단말 가격이 내려갈 것이라는 게 핵심이다. 단통법 도입 당시 논의됐지만 제조사 반발로 무산됐다. 최근 더불어민주당과 경제정의실천연합 등이 재차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20대 국회에서 분리공시가 논의되더라도 도입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제조사 반발도 문제지만 분리공시가 도입된다고 단말 가격이 내려갈지에 대해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19대 때 발의된 단말기 자급제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개정안이 봇물처럼 흘러나오는 데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통신업계는 법이 정착되고 있는 상황에서 `보여주기 식` 개정안 발의는 자칫 시장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며 신중한 검토를 요구했다.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