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를 선택했다.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아시아와 호주 등 개표 결과를 실시간으로 전달받은 해외 주식시장은 모두 패닉에 빠져 검은 금요일 장세에 빠졌다.
◇국제 금융시장 패닉…파운드화 급락, 엔화 급등
종합주가지수는 장중 100포인트(P) 이상 급등락을 반복했고 일본 니케이지수는 8% 가까운 폭락장을 연출했다. 대만 가권지수는 2.30% 떨어진 8476.99로 마감했으며 홍콩 항셍지수는 4.3%,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 이상 빠졌다.
한국시간으로 이날 오후 개장하는 유럽 증시는 폭락세로 장을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
주식시장뿐만이 아니라 외환시장도 크게 출렁였다. 국내 외환시장의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달러당 29.7원 오른 1179.9원에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다음주 1200원대 재진입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장중 10% 가까이 폭락하면서 1985년 이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파운드화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 대비 9.57% 하락한 파운드당 1.3467달러까지 떨어졌다. 파운드화 환율이 1.35달러 아래로 내려간 것은 1985년 이후 처음이다. 하루 변동폭 역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8월 당시 6.52%를 깨고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엔화 환율은 이날 달러당 100엔선이 무너지면서 폭락했다. 엔화가치가 폭등했다는 얘기다. 이날 오전 11시 43분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99.02엔까지 떨어졌다. 이는 2013년 11월 이후 2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원자재 시장에서는 금값이 고공행진하면서 온스당 1350달러를 가볍게 넘겼고 국제유가는 일제히 5% 이상 하락했다.
◇우리나라 주식시장 장중 100P 이상 널뛰기 장세 연출
국내 주식시장은 말그대로 패닉이었다.
코스피는 장중 한때 1900선이 무너졌고, 코스닥에는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1.47P(3.09%) 내린 1925.24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낙폭은 2012년 5월 18일 62.78P(3.40%) 이후 4년여 만에 최대 수준이다.
장 시작은 여론조사 결과 잔류가 우세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전 거래일보다 14.84P 오른 2001.55로 상승 출발했으나 이후 개표 결과에 일희일비하며 널뛰기 장세를 연출했다. 개표가 중반을 넘어서며 점차 탈퇴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집계되자 급격히 낙폭을 키워 장중 한때 1892.75까지 밀리기도 했다.
이날 코스피의 장중 고점(2001.55)과 저점(1892.75)의 차이는 무려 108.80로 이는 2011년 8월 9일 143.95P 이후 최고치다.
이날 증시에서는 시가총액 47조원 이상이 사라졌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200개 종목 중에서 194개에 파란불이 켜졌고 코스닥시장에서는 상위 100개 중 97개 종목이 하락했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1221조2810억원으로 전날과 비교해 37조5270억원이 줄어들었고, 코스닥시장 시총 감소분 9조9120억원까지 합하면 47조4390억원이 불과 하루 만에 증발했다.
코스피200 종목 가운데 하락하지 않은 종목은 SK하이닉스, 오리온, 유한양행, 한전KPS, 만도, 한일시멘트 6개에 불과했다. 유가증권시장 전체로는 상승 종목이 40개에 그치고 하락 마감한 종목은 824개나 됐다.
SK, 롯데쇼핑, 신세계, 삼성SDS 등 장중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운 종목만 100개에 달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1479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기관과 개인은 각각 529억원과 357억원어치를 사들였지만 지수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전체 코스피 거래대금은 8조5천415억원, 거래량은 연중 최고치인 7억2천666만주로 집계됐다.
국내 주식시장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 지수(VKOSPI)는 장중 26.67까지 치솟으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스닥시장도 장중 거래가 일시 정지되는 사이드카가 발동될 정도의 급락장을 연출했다.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2.36P(4.76%) 내린 647.16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낙폭은 2008년 9월 2일 4.80% 폭락 이후 최대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7.88P(1.16%) 오른 687.40으로 출발했으나 브렉시트 가능성이 커지며 하락폭을 키웠다. 장중 7% 이상 하락한 631.18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이성민 코스피 전문기자 s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