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업자가 회원의 게시 글이나 사진·동영상을 무분별하게 사용·배포하거나 광고에 이용할 수 없게 됐다. 회원이 삭제한 게시물을 SNS 사업자가 사실상 무한정 보유하고, 사업자 일방으로 회원 서비스에 이용하는 것도 제한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카카오스토리 등 총 8개 유형의 불공정 약관을 시정했다고 26일 밝혔다.
페이스북 등 4개 사업자는 회원 게시물을 상업 목적 등으로 사실상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었다. 예컨대 회원이 제작·게시한 동영상을 이용해 별도 서비스를 제공,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공정위는 약관을 고쳐 `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범위`에서만 SNS 사업자가 회원 게시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예를 들면 카카오스토리 회원이 올린 게시물을 카카오가 마음대로 포털 `다음`에 게시할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이 광고에 사용할 수 있는 회원 정보의 범위도 구체화했다. 페이스북은 회원 이름, 프로필 사진, 활동(예를 들어 `좋아요` 표시)만 광고에 이용할 수 있다. 종전에는 약관에서 단순히 `정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 민감한 개인 이력도 광고에 쓸 수 있었다.
회원이 삭제한 게시물을 사실상 무제한 보유할 수 있는 페이스북의 약관도 고쳤다. 앞으로는 삭제 게시물은 최대 90일 동안만 보유할 수 있다. 회원이 계정을 탈퇴해도 회사가 게시물을 이용할 수 있는 카카오스토리의 약관도 개선했다.
인스타그램은 일방으로 회원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회원 서비스 이용을 제한할 수 있었다. 약관을 시정해 `선정적 사진 게시` 등으로 게시물 삭제, 서비스 이용 제한 사유를 구체화했다.
트위터를 장기간 사용하지 않아도 계정이 갑자기 정지·삭제되지 않는다. 앞으로는 6개월 넘게 계정을 사용하지 않을 때 30일 전에 회원에게 통지한 후 계정을 삭제할 수 있다. 사전 고지 없이 서비스를 중단·변경할 수 있는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의 약관을 고쳐 미리 회원이 관련 사실을 알 수 있도록 했다.
네 사업자가 모두 약관을 이용해 원천적으로 면제받던 서버 관리 책임, 이용자 활동 관련 책임을 해당 범위에서 지도록 했다.
공정위는 신고로 접수된 페이스북의 불공정 약관도 함께 시정했다. 단기간 공지만으로 약관을 변경할 수 있는 조항, 재판 관할을 미국으로 둔 조항을 개선했다. 앞으로 페이스북 관련 법정 분쟁이 일어나면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하지만 트위터, 인스타그램의 재판 관할은 여전히 미국이어서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 공정위는 우선 신고가 접수된 페이스북의 약관을 시정한 것이며, 앞으로 필요할 때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의 재판 관할 약관도 시정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독일에서 페이스북 불공정 약관을 일부 시정한 사례는 있지만 주요 SNS 사업자 약관의 전반을 점검·시정한 것은 우리나라가 최초”라면서 “앞으로도 정보기술(IT) 분야의 불공정 약관을 지속해서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정한 SNS 사업자 불공정 약관(자료:공정거래위원회)>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