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럽연합(EU)탈퇴, 브렉시트가 결정되면서 각국 기업의 대책 마련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미국, 일본, 중국, 유럽 주요 기업은 경영전략회의에 돌입하거나, 향후 유럽 영업전략 수정을 계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에 생산공장을 운영하는 포드, 닛산, 토요타 등은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포드는 총 매출 중 영국 비율이 18.8%에 달하며 1만4000명 규모의 대규모 생산공장을 운영한다. 이 회사는 파운드화 가치하락, 수요 감소에 대비해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닛산과 토요타는 영국 공장에서 생산되는 물량의 70~80%를 여타 EU지역으로 수출하는 구조다. 영국이 EU를 탈퇴할 경우 수입관세 영향을 크게 받을 전망이다. 양사는 앞으로 EU 내 거점전략을 전면 재검토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영국 고속철 프로젝트에 차질을 빚을까 우려하고 있다. 파운드 가치하락, 경기침체 등으로 원활한 자금과 설비 수급이 이뤄지지 않으면 대형 공사추진은 불리해질 전망이다. 영국 내 부동산에 투자를 확대하던 완다그룹 등은 파운드 평가절하와 경기둔화 여파를 직접적으로 맞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기업은 갑작스런 엔고에 더 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24일 장중 한때 1달러 당 99엔까지 치솟으며, 아베 총리가 외환시장 개입을 시사할 정도였다. 한 컨설팅 회사는 이번 엔화가치 절상은 리먼 사태 수준이라고 평가하기까지 했다.
영국에 완성차를 수출하는 독일 자동차 제조사들은 향후 영국이 EU와는 다른 독자적 수입관세를 적용할 경우, 가격경쟁력이 낮아질 것을 걱정했다. 또 영국 내 제조시설을 갖고 있는 일본 메이커와 경쟁에도 크게 불리해질 것으로 염려했다.
현재 영국에 진출해 있는 100여개 우리기업은 브렉시트 충격 속에서도 큰 동요 없이 장단기 영향분석에 분주했다. KOTRA 런던무역관에 따르면, 현지 우리기업은 파운드화 가치하락에 가장 민감하나, 영국이 EU를 완전 탈퇴하기까지는 적어도 2년 이상 남아 있기 때문에 그 기간 동안 영국 내 비즈니스 지속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금융시장 불안이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면 수요 감소로 인한 현지 영업전략 수정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대체적 분위기다.
윤원석 KOTRA 정보통상지원본부장은 “금융시장 불안이 실물경제까지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며 “우리 기업은 차분하지만 신속하게 위기대응에 나섬과 동시에 시장여건 및 환율변동에 따른 틈새수요를 파고드는 전략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명희 기업/정책 전문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