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회의 솔루션 공급업체가 중소기업쪽으로 눈을 돌렸다. 기존 대기업(엔터프라이즈) 시장 정체로 새로운 판로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중소기업 시장을 놓고 격돌이 예상된다. 클라우드와 애플리케이션 등 서비스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영상회의 솔루션 양대산맥으로 불리는 시스코와 폴리콤이 중소기업용 영상회의 솔루션을 국내에 공급한다. 시스코는 해외 중소기업 도입 사례를 앞세워 영업에 나선다. 시스코는 “회사규모가 작거나 정보기술(IT) 자원이 부족해 효율적인 협업이 어려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커뮤니케이션 확대와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폴리콤도 중소기업을 위한 영상협업 솔루션의 국내 인증을 마치고 이달 말 제품을 출시한다.
기존 영상회의 솔루션은 주로 대기업에서 활용했다. 시스템 구축비용이 비싸고 영상협업 체계를 적용하는데 일정 이상 조직 규모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해외나 지역 지사를 갖춘 기업이 주된 대상이었다.
경기침체로 영상협업 시장이 줄어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국내 영상협업 시장은 2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업계에서는 IT 인프라 투자를 줄여 비용을 절감하는 요구가 커지면서 영상협업 솔루션 수요도 함께 줄었다고 평가한다.
민하즈 지아 폴리콤코리아 대표는 “대기업은 기존 공급 제품 기반 유지 보수와 업그레이드 수요에 집중될 것”이라며 “중견·중소기업은 IT를 활용한 영상 기반 협업 수요가 높아 시장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 회사가 전략적으로 내세운 솔루션은 모두 300명 안팎 임직원을 둔 기업에 적합하다. 수억원대 가격을 형성했던 엔터프라이즈용 솔루션보다 비용도 싸졌다. 고객층을 넓혀 박리다매로 판매하겠다는 전략이다. 음성·풀HD영상·고해상도 등 성능을 유지하고 크기를 줄여 소규모 회의실에도 적용할 수 있게 했다.
영상회의 시장이 중소기업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비즈니스 모델도 전환되는 추세다. 기존에는 시스템을 한 번에 구축하는 방식이었다면 중소기업용은 임대형 사업도 가능하다. 월 단위 정액 방식으로 시스템을 빌려 쓰는 형태를 의미한다. 서버와 네트워크 회선사업자와 협력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폴리콤은 “해외에서는 이미 월 정액(서브스크립션) 방식으로 영상 회의 솔루션을 이용하는 사례가 늘었다”며 “국내에서도 같은 방식 서비스가 곧 제공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소기업에 적합한 서비스 제공이 경쟁력으로 부각되면서 클라우드를 활용한 사업전략도 필요하다. 두 회사는 자체 클라우드와 국내 클라우드 사업자와 협업하는 방식을 혼용해 기업용 협업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업별 그룹웨어나 메신저와 통합하는 기능이 대표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클라우드로 간편하게 영상협업 환경을 갖추는 서비스가 차별화 요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