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에 국내 바이오·제약 및 의료기기 업계도 촉각을 기울인다. 영국 의약품 수출규모가 크지 않지만,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고 제도적인 이슈로 장기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도 관련 분야 대응에 착수했다.
28일 정부 및 바이오·제약 업계에 따르면 브렉시트(영국 EU 탈퇴) 결정으로 국내 의약품 및 의료기기 수출에 영향이 예상된다.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영국시장 진출에 장애물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주변국 EU 탈퇴가 가시화되면 유럽 시장 불확실성이 가중된다.
독일, 프랑스와 EU 삼각축을 구축했던 영국은 최근 국민투표를 통해 브렉시트를 결정했다. 리스본 조약에 따라 EU 회원국이 이사회에 탈퇴 의사를 통보하면, 2년간 새로운 협정을 맺는 협상을 진행한다. 협상이 타결되지 않아도 2년 뒷면 자동 탈퇴 처리된다.
EU 경제에 한 축을 담당할 영국이 떨어져 나가면서 국내 바이오·제약, 의료기기 시장도 수출에 미치는 파장 분석에 분주하다.
우리나라가 영국에 수출하는 의약품은 지난해 기준 70억원 규모다. 1위인 헝가리(약 1991억원)에 3% 수준이다. 유로화 폭락으로 유럽 전반 구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의약품 시장이 경기에 영향을 덜 받는다는 점, 대 영국 수출 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은 브렉시트 우려를 줄인다.
임정희 인터베스트 전무는 “브렉시트로 국제 경기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의약품 시장이 상대적으로 경기 영향을 덜 받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나라 기업에 미치는 영향도 적을 것”이라며 “영국 시장만 집중 공략하는 기업은 영향을 받을 수 있겠지만, 대부분 유럽 전체 시장을 고려하고 있어 리스크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당장 미치는 영향을 작지만, 제도변화 등 장기적으로 변수로 작용할 요소는 많다. 영국은 주요 EU 회원국과 마찬가지로 의약품 분야에 유럽의약품청(EMA) 인증, 의료기기 분야에 CE(Communaute Europeenne) 인증을 채택한다. 해당 영역에서 인증을 받으면 영국을 포함해 유럽 전역에 판매가 가능하다. 두 인증 모두 EU 회원국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탈퇴할 경우 별도 인허가 요건을 만들 가능성도 있다.
영국 의약품 수출 규모는 작지만, 성장 속도는 가파르다. 작년 우리나라가 영국에 수출한 의약품 규모는 2012년(약 4억원)과 비교해 20배 가까이 뛰었다. 장차 우리나라 기업이 공략해야 할 시장에 `인허가` 장애물이 생긴다. 주변국으로 `탈 EU`가 가속화될 경우 국가별 인허가를 다시 받아야 해 시장 진입이 늦어질 수 있다.
박순만 보건산업진흥원 의료기기산업지원단장은 “영국 보건산업은 정부 주도 공공 조달 체계여서, 상대적으로 후발주자인 우리나라 기업이 참여하기 어려웠다”며 “유럽 전역에 통용되는 인증이 아닌 별도 인허가 체계를 만든다면 우리 기업에 장애물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정부도 대응책 마련에 돌입했다. 국내 바이오·제약 산업에 미치는 영향 분석에 착수하는 한편 한-영 FTA 등 후속방안을 모색한다. 2018년 영국이 EU를 탈퇴할 경우 `한-EU FTA`로 인한 관세 혜택이 사라진다.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국내 의약품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
염민섭 복지부 보건산업정책과장은 “브렉시트로 인해 환율, 주가 등에 우선 영향이 예상된다”며 “2년간 유예기간이 남은 만큼 정부 차원에서 한-영 FTA 등을 논의해 국내 의약품 수출이 영향을 받지 않도록 후속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