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러`라고 했을 때 카지노가 떠오르면 기성세대입니다.”
게임 이용자 사이에서 `딜`은 상대에게 타격을 주는 행위다. 여기서 파생한 `딜러`는 높은 공격력으로 파티 내에서 적을 공격하는 역할을 뜻한다. `극딜`은 엄청나게 많은 타격을 주는 행위다. `로밍`을 들었을 때 통신사가 연상되면 자녀와 대화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게임 이용자에게 로밍은 `몹(괴물)이 일정 지역을 배회하거나 플레이어가 다른 플레이어를 돕기 위해 자기 공격로를 벗어나는 행위`다.
알쏭달쏭한 게임 용어를 명확히 정리해주는 사전이 나왔다. 엔씨소프트문화재단은 28일 이화여자대학교 SK텔레콤관에서 게임사전 출간 기념 간담회를 열었다. 사전은 엔씨소프트문화재단이 편찬하고 디지털스토리텔링학회가 집필했다. 게임 개발, 게임 이용, 게임 문화 등 관련 용어를 포함한 표제어 2188개를 담았다.
다양한 방식으로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 분석했다. 최대 게임 웹진 `인벤` 게임별 사용자 커뮤니티, 게임 정보, 게임 뉴스 항목 텍스트를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었다. 2010년 4월부터 2015년 3월까지 5년간 특정 게임 용어가 아닌 공통으로 자주 사용되는 용어를 추출했다. 추출된 말뭉치 용량은 텍스트 기준 7.7기가바이트(GB)에 달한다. 일반 이용자 대상 표제어 자유 공모로 8839건을 접수했다.
말뭉치 내 해당 표제어 출현 횟수와 용례를 검색해 집계했다. 일정 기준(낮은 출현 빈도)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표제어는 제외했다. 출현 빈도가 낮더라도 게임 개발과 직접 관련된 용어나 게임사, 게임 문화 층위에서 의의가 있는 용어는 표제어로 택했다.
국내 이용자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게임 용어는 `아이템`이 차지했다. 기존 의미와 달리 게임 상 획득하는 가상의 물건이나 대상을 뜻한다. 조사 과정에서 251만9201번 등장했다. `게임` `캐릭터`가 뒤를 이었다. `딜`은 4위에 올랐다. 등장 빈도는 167만5021회에 달했다.
국내에서 게임 사전이 집필된 것은 처음이다. 아직까지 체계적 연구와 학술적 가치를 담은 게임사전은 없었다. 기존에 나온 자료는 개발과정에 필요한 전문용어 설명집 정도에 불과했다. 세계에서도 이례적인 사례다. 이재성 엔씨소프트문화재단 전무는 “미국 아마존, 일본 라쿠텐북 온라인 서적 판매 사이트에 검색해본 결과 현재 판매 중인 게임사전은 없다”며 “미국도 게임 개발자 사전 정도만 있다”고 강조했다.
경쟁력을 보유했지만 저평가된 게임 산업 현실 개선에 기여한다. 일상생활, 언론 등에서 소통을 활성화해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이해를 높인다. 이 전무는 “언어는 인식 개선에 필수적”이라며 “야구, 축구 모두 사전이 나오면서 발전했다. 사전은 미디어 소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윤송이 엔씨소프트문화재단 이사는 “게임은 한국 문화콘텐츠 수출액 50% 이상을 차지하고 인공지능 가상현실 등 새로운 정보통신기술 성장 견인차”라며 “게임이라는 새로운 미디어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무관심을 극복하고 건강한 게임문화를 발전시키는 방법을 고민하다 사전을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게임 산업 활성화에도 기여한다. 사전은 게임 개발자와 이용자를 주요 대상으로 삼았다. 사전 신청에서 게임 개발 담당하는 사람이 전체 70%를 차지했다. 사업 모델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체계적으로 정리된 용어로 혼란을 최소화한다. 게임회사 취업을 원하는 학생에게 효과적 정보를 제공한다. 명확한 개념 규정으로 학제 간 연구에도 기여한다. 이 전무는 “모든 학문 출발은 개념규정”이라며 “인공지능 전공하는 연구자가 게임을 알려고 할 때 사전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