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하면 가히 `주의보 전성시대`라 할 수 있겠다. `미세먼지주의보`와 `황사주의보` 때문에 외출을 자제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오존주의보`까지 가세해 외출하려는 우리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그런데 납득이 가지를 않는다. 오존(ozone)을 주의하라니. 미세먼지나 황사는 건강에 좋지 않은 유해 물질이기 때문에 이를 주의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오존은 살균제 원료로 사용되거나 자외선을 막아 주는 유익한 물질로 알고 있는데, 어째서 주의하라고 하는 것일까?
이제 얼마 안 있으면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는데, 휴가를 떠나기 전에 앞서 오존의 정체에 대해 분명하게 알아보자.
3개의 산소원자로 구성된 오존(O3)은 특유의 자극적인 냄새를 가진 기체다. 자극적인 냄새는 강한 산화력 때문인데, 이 같은 산화력은 살균 및 악취제거 용도로 많이 사용된다.
오존은 사람에게 유익함과 해로움을 동시에 제공하는 두 얼굴을 가진 기체다. 우선 성층권에 존재하는 오존은 태양으로부터 나오는 해로운 자외선을 대부분 흡수해 지구상의 생명체를 보호하는 방호막 역할을 하기 때문에 유익한 존재라 할 수 있다.
반면 지표면에서 생성되는 오존은 인체에 해로운 존재다. 흡입했을 경우 맥박과 혈압이 감소하고,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정도가 심할 경우 폐 손상을 유발시킬 수 있고, 눈에 노출되면 염증이 생기기도 한다.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이 오존에 장기간 노출되게 되면 호흡곤란과 어지럼증을 호소하고 심하면 천식과 호흡기 만성질환을 일으킬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일기예보의 진행자가 오존에 주의하라고 강조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들 때문이다.
실제 국립환경과학원이 지난 1991년에서 1997년까지 8년 동안 전국 7대 도시 사망률을 분석한 결과, 서울 오존 농도가 10PPM 높아질 때마다 사망률도 0.9%씩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지표면 오존이 해가 갈수록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증가의 원인은 자동차 배기가스나 공장 매연에 포함된 이산화질소(NO2) 증가 때문인데, 이 물질이 가진 산소원자 2개와 공기 중의 산소가 광화학 반응을 일으켜 오존을 만드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기온이 높아지면 오존도 따라서 증가하게 되는데, 그 이유는 오존을 만드는 광화학 반응이 일어나려면 강한 태양광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강한 태양광선이 지표까지 내려오게 되는 여름철, 즉 6월에서 8월까지 기간에 오존도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오존에 대비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까? 마스크를 쓰면 될까? 안타깝게도 오존은 가스 형태 기체이기 때문에 아무리 초미세 먼지까지 걸러주는 마스크를 쓴다 해도 소용이 없다. 현재로서는 그저 바깥 활동을 줄이는 것이 최선의 예방책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직장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현대인들이 바깥 활동을 갑자기 줄일 수도 없는 일인데, 이런 상황을 대비해 만들어진 제도가 바로 `오존주의보`다. 오존 농도가 올라갈 것을 대비해 사람들에게 미리 주의하라고 알려주는 제도인 것이다.
오존주의보란 오존 농도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 시민들이 피해를 입을 우려가 있을 때 발령하는 예보를 말한다. 대기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지난 1995년에 도입된 제도로서, 발령 단계는 총 3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가장 낮은 단계인 `오존주의보`는 1시간 평균 오존농도가 0.12PPM일 때 발령되고, `오존 경보`는 1시간 평균 오존 농도가 0.3PPM일 때, 그리고 가장 높은 `오존 중대경보`는 1시간 평균 오존 농도가 0.5PPM일 때 발령된다.
일단 오존주의보가 발령되면 천식과 같은 호흡기 장애 환자는 물론, 어린이나 노약자 등은 야외 활동이 금지해야 하고, 건강한 사람일지라도 야외 활동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특히 오후 2~5시 사이는 한낮 기온 상승과 함께 오존의 농도도 증가하므로 교통량이 많은 구간에서의 야외 활동은 더더욱 세심한 주의를 요한다.
불가피하게 야외 활동을 해야 한다면, 수시로 자외선 차단제를 발라서 피부를 보호해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오존은 호흡기 외에도 피부에 강한 자극을 주면서 각종 피부 트러블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해외 선진 국가들은 오존 농도가 증가하게 되면 어떻게 대처할까? 발령기준 및 단계별 조치사항은 우리나라와 비슷하지만, 미국이나 일본, 유럽 등은 이미 70년대부터 오존경보제를 시행하고 있어서 시스템 자체가 상당히 안정돼 있다.
현재로서는 아무리 선진 국가라도 오존 증가에 따른 뚜렷한 대책이 없기 때문에 일단 피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하지만 피하는 것만으로는 오존으로 인한 피해를 막을 수 없다. 공기 중의 오존을 줄이기 위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뒤따라야만 한다.
예를 들면 대기 중의 이산화질소를 줄이기 위해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거나, 화석연료 대신에 친환경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과 같은 노력이 함께 병행돼야 조금이라도 대기 중의 오존 농도를 줄일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오존도 기후온난화의 주범으로 몰려있는 이산화탄소처럼 억울하기 짝이 없는 존재다. 자연 상태의 오존은 지구 생태계에 적합하도록 알맞은 양만 생성됐지만, 산업이 발전하면서 인간이 이들을 포화 상태로 만들어버렸기 때문이다.
이런 점 때문이라도 우리는 오존의 농도를 원래의 자연적 상태로 존재했던 수준으로 되돌려 놓을 의무가 있다. 이들에게 `병`을 준 것이 우리 인간이라면, 그동안의 억울한 누명을 벗고 소중한 존재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약`을 주는 것도 우리 인간의 몫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