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제약 업계가 생산설비 증설에 열을 올린다. 해외에서 늘고 있는 수요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서다. 미래 유망 산업인 바이오·제약 시장에서 세계 수준의 의약품 생산기지로 성장할 가능성이 짙다.
3일 바이오·제약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SK바이오텍, 한미약품 등은 3년 안에 현재보다 두 배 이상 확대된 세계 수준의 의약품 생산시설을 신규로 구축한다. 오랜 기간 투자해 온 의약품 연구개발(R&D)의 성과가 결실을 거두면서 생산설비 확대로 세계 시장 진입을 가속화한다.
국내 최초로 항체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한 셀트리온은 약 3251억원을 투입, 1공장 증설과 3공장 신축을 추진하고 있다. 공장이 완공되면 현재 14만리터(1공장 5만리터, 2공장 9만리터) 생산 규모는 연간 31만리터로 확대, 글로벌 기업인 독일 베링거인겔하임(30만리터) 및 스위스 론차(28만리터)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바이오 분야에서 `제2 반도체` 신화를 준비하고 있는 삼성도 세계 수준의 생산설비 구축에 한창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총 8500억원을 투자, 2018년 4분기 시생산을 목표로 지난해 11월 연간 18만리터 규모의 제3공장 구축에 착수했다. 1공장(3만리터), 2공장(15만리터)과 더불어 총 36만리터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되면 단숨에 세계 최대 규모의 생산시설로 도약한다.
SK바이오텍도 지난 5월 2020년까지 3단계에 걸쳐 원료의약품 전문 생산 공장을 증설한다고 밝혔다. 공장은 세종시 명학일반산업단지에 8만3712㎡(약 2만5000평) 규모로 들어선다. 완공되면 현재 운영되고 있는 대덕단지 내 4개 생산시설(16만리터)과 함께 총 80만리터 생산 규모를 확보하게 된다.
한미약품은 경기도 화성에 1200억원을 투입, 연간 100억정 규모의 `글로벌 스마트 공장`을 신축한다. 또 경기도 평택에는 글로벌 제약사와 라이선스를 체결한 바이오신약 상업화를 위해 내년 6월 준공 목표로 제2공장도 짓는다.
바이오·제약 기업 생산설비 확충 열풍은 공들인 의약품 개발이 완료되면서 본격 판매 시점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미국, 유럽 등 세계 최대 시장에서 잇달아 허가를 받으면서 해외 진출도 시작됐다.
셀트리온은 지난 4월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림프종 치료제 `트록시마`, 유방암 치료제 `허쥬마`도 유럽 허가를 준비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자가면역질환 치료 바이오시밀러 `SB2`가 내년쯤 FDA 승인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베네팔리(관절염 치료제)와 함께 이미 유럽 허가를 획득했다. SK바이오팜은 뇌전증 치료제 `YKP3089`에 대해 FDA 신약허가 신청을 예정 중이다. 2018년 미국 시장 시판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해 6조원에 가까운 기술 수출을 기록한 한미약품도 올해 폐암 신약 `올리타`의 글로벌 허가를 목표로 한다.
자체 개발한 제품 외 위탁생산(CMO)도 설비 확충에 중요한 요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세계 바이오의약품 생산은 360만리터다. 이 가운데 CMO 규모는 전체 3분의 1 수준인 100만리터 정도로 추정된다.
현재 세계 CMO 시장은 베링거인겔하임(30만리터), 론차(28만리터), 삼성바이오로직스(18만리터), 셀트리온(14만리터) 등이 전체 80% 이상 점유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반도체 등 제조 분야에서 축적한 생산 노하우를 바탕으로 글로벌 `넘버 1` CMO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SK바이오텍 관계자는 “유공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 최초로 연속 공정을 통한 양산화에 성공했다”면서 “현재도 관련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임정희 인터베스트 전무는 “의약품 영역은 개발과 생산 과정이 오래 걸려서 수요에 따른 생산설비 구축보다 앞장서서 시설을 갖춰야 한다”면서 “최근 우리 기업도 오랫동안 연구해 온 결과물이 나오면서 시설 선제 투자로 시장 주도권 확보 경쟁에 뛰어들었다”고 분석했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