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사가 지상파 초고화질(UHD) 본방송을 대비해 시청자 민원처리를 전담키로 했다. 디지털TV방송으로 전환할 때 수준으로 민원 대응센터를 구축한다. TV제조사에서 주장하는 UHD 수신 민원과 사후비용 발생 문제 지적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다.
UHD코리아는 UHD 방송 수신 민원을 대응하기 위한 콜센터 등을 확대하기로 했다. UHD코리아는 KBS·MBC·SBS·EBS 등 지상파방송 4사와 UHD 지상파 방송 확산을 위해 설립한 회사다. 과거 아날로그TV에서 디지털TV로 전환할 때 꾸렸던 콜센터 직원 200여명까지 확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수신 상태가 불안정할 경우 TV 화면에 안내 팝업을 띄우는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다. UHD코리아 관계자는 “TV 제조사에서 UHD 방송 불량 민원을 우려해 UHD 수신 안테나 내장을 고민하고 있다”며 “소비자 민원과 사후관리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상파 방송사에서 직접 수신 민원을 책임지고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상파 UHD는 내년 2월 본 방송을 앞두고 수신 안테나 문제로 산업계와 갈등을 빚어 왔다. 지금까지 공급된 UHD TV는 유럽식 규격(DVB-T2)을 따른다. 미국식 UHD 표준인 ATSC 3.0로 본 방송이 진행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지상파 수신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지상파 UHD 방송 서비스가 시작돼도 UHD TV로 직접 수신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국내만 100만여대 이상 유럽식 규격에 맞춘 UHD TV가 공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상파 방송사는 수신 문제 해결을 위해 ATSC 3.0 방식 수신 안테나를 TV에 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수신가구 외부에 수신 안테나를 설치하거나 추가 전환장치를 설치할 경우 전국적으로 수천억원 비용이 발생한다는 의견이다. 지상파 방송사 관계자는 “방송사에서 UHD 수신 인프라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수신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불필요한 비용 부담이 크다”며 “TV 제조사에서 필름형 등 내장 안테나를 설치하면 수신 환경을 효율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TV 제조사에서는 수신 안테나 내장 설치를 반대하고 있다. 비용 부담과 소비자 불만에 대처하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UHD 방송 수신이 불량할 경우 TV 제조사 민원 폭증과 제품 반품까지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신 안테나 가격 자체는 비싸지 않지만 공장 설비와 디자인 설계 변경 등에 과도한 투자가 이뤄져야한다”며 “안테나 내장 시 수신 환경이 좋지 않아 발생하는 불량 문제를 제조사에게 물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지상파 방송사가 시청자·소비자 민원 처리를 전담하기로 하면서 민원 대응 문제는 일단락 됐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사와 TV 제조사 간 의견 차이가 커 수신환경 문제를 쉽게 풀지 못할 전망이다. 국내 수신 환경에만 맞는 TV를 생산할 경우 제조사 리스크가 커진다는 주장도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업계 관계자는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수신 환경 개선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