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이면 세계 최초로 지상파 초고선명(UHD) 방송이 시작된다. 고선명(HD)보다 네 배 선명한 화질의 UHD 방송은 KBS·MBC·SBS 3개 지상파 방송사가 수도권을 대상으로 개시하고, 2021년까지 전국 도입을 완료한다. 지난달 24일 미국식 ATSC 3.0 표준이 지상파 UHD 표준으로 결정됨에 따라 모바일 HD 방송과 양방향 서비스도 가능해졌다. 지상파의 UHD 방송 개시는 빈약한 콘텐츠 문제 해결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2014년 4월 유료방송을 중심으로 UHD 방송이 시작됐다.
그러나 유료방송의 UHD 방송은 콘텐츠 부족으로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상파 UHD 방송 개시의 가장 큰 의미는 보편적 UHD 방송서비스 제공이라는 공익 가치에서 찾을 수 있다. 지상파 UHD 방송은 수신 환경을 개선해 직접 수신율을 높임으로써 시청자에게 보편적 접근권과 매체 선택권을 돌려주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 역시 `국민 누구나 무료로 시청 가능한 UHD 방송 환경 구축`과 `시청자 편익 증진을 위한 방송 수신 환경 조성`을 지상파 UHD 방송의 기본 방향으로 제시한 바 있다. 다행히 UHD 방송은 직접 수신율을 높이는 데 기술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지상파 UHD 방송은 전달력이 우수한 700㎒ 대역을 활용한다. 게다가 ATSC 3.0 표준은 실내 전파 수신율이 탁월, 실내 안테나만으로도 방송 수신이 가능하다.
지상파 방송은 디지털 전환 이후에도 7%에 불과한 직접 수신율 제고를 위해 실내 안테나 보급을 추진한 적이 있다. 성과는 유료방송을 활용한 지상파 시청에 익숙한 시청자들의 외면으로 기대만큼 거두지 못했다.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안테나 없는 지상파 UHD 방송 상황이 초래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지상파 방송사는 절박한 심정으로 가전사에 수상기에다 내장형 안테나를 장착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가전사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방송 개시까지 남은 시간이 촉박할 뿐만 아니라 안테나 장착 시 TV단가가 상승하고 디자인이나 기술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다. 방송신호 수신 불량 시 발생할 소비자 민원이나 사후관리(AS) 문제도 가전사 입장에서는 껄끄럽다.
100만원이 넘는 TV 가격을 생각하면 안테나 장착이 비용 상승을 가져올 것이라는 주장에 고개가 갸우뚱거려진다. 수신 관련 시청자 민원은 가전사가 아닌 방송사가 담당할 사항이다. 기술 문제도 이미 UHD코리아가 시중 UHD TV에 안테나를 내장한 시제품을 `KOBA 2016`에서 시연한 바 있어 풀기 어려운 난제는 아니다.
지상파 UHD 방송 성공은 가전사에도 매우 중요하다. 세계 최초의 지상파 UHD 방송이 보여 줄 성과는 해외에 주는 의미가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UHD 콘텐츠를 무료로 시청할 수 있다면 국내 수상기 판매도 탄력이 붙을 것이다. 방송 시작까지 채 몇 개월이 안 남았기 때문에 가전사는 내장형 안테나 장착을 서둘러야 한다.
정부의 적극 중재 및 지원도 필요하다. 방송 시청에 화질과 화면 크기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는 시청자가 늘고 있고, 비싼 수상기 구입에 선뜻 지갑을 열 만큼 가계 상황이 좋지도 않다. 볼 만한 콘텐츠는 없고 사용이 불편한 데도 소비자가 UHD TV를 살 것이라고 기대한다면 그건 순진하거나 비도덕인 거다. 사용 편의성과 콘텐츠의 뒷받침 없는 하드웨어(HW) 혁신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문상현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shmoon@kw.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