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 자연스럽게 정부 지원과 투자는 제조업에 몰렸고, 서비스업은 차별을 받았다. 정부는 경제 재도약을 위해 서비스업 발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서비스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키우면 침체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제조업 고부가가치화도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서비스경제 발전전략`에서 정부는 서비스 산업을 체계를 갖춰 육성하기 위한 단기·중기 계획을 담았다.
◇차별 지원 없애고 제조업과 융합 발전 추진
경제 전체에서 차지하는 서비스 산업의 비중 및 영향력이 확대되는 `서비스경제화`가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서비스경제화는 1인당 국민소득이 5000만~1만달러 수준에 도달할 때 시작되는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과 일본의 서비스경제화는 1970년대, 대만은 1980~1990년대에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1990년대 이후 서비스산업의 고용이 늘고 있지만 부가가치 증가는 최근 10년 동안 정체된 모습이다. 서비스산업 노동생산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80% 수준에 머물렀다.
정부는 경제 재도약을 위해 서비스산업 발전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서비스산업을 미국, 독일 등 선진국 수준으로 성장시키면 2030년까지 경제성장률을 0.2~0.5%포인트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오랫동안 마땅한 신성장 동력 발굴에 실패한 우리나라로서는 서비스산업 고도화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글로벌 경기 침체 등으로 수출 부진이 내수로 파급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성장과 고용의 원천으로써 서비스산업 육성이 필요하다”면서 “브렉시트 등 신고립주의에 능동 대응하기 위해 서비스업과 융·복합을 통한 주력산업 경쟁력 제고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서비스산업과 제조업 간 융합 발전에 나선다. 우선 세제 혜택 차별을 없앤다. 하반기부터 조세특례제한법 등 세제를 개편, 제조업 수준의 세제 지원 혜택을 서비스 분야에도 제공한다. 유해 업종을 제외하고 원칙적으로 서비스 분야 모든 업종을 비과세·감면 대상에 포함한다.
이찬우 기재부 차관보는 “유해 업종은 통상의 개념으로, 중소기업진흥기금에서도 지원 대상 가운데 부동산 임대와 유흥·도박 등 사행 업종을 제한하고 있다”면서 “다만 이번 대책에서는 제한 분야를 더 줄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이오헬스·클라우드 등 신성장 서비스 분야의 기업 투자, 고용 창출에 대한 세제 지원을 강화한다. 연구개발(R&D)특구 등에 입주한 창업 기업에는 고용 실적과 연계해 법인세, 소득세 감면 한도를 우대할 방침이다.
서비스산업을 바탕으로 제조업의 부가가치를 높인다. 제조업과 생산제품 유지, 관리 등 서비스를 융합해 수익 기반을 확대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확산한다. 내년 상반기에는 기계, 자동차, 전자 등 주요 업종별 제조업 융합서비스 발전 로드맵을 수립한다.
산업 간 융·복합을 저해하는 규제를 개선한다. `해당 법이 없어서` 융·복합 서비스가 판매 허가를 못 받는 문제를 해결한다는 목표다. 법령 미비 등의 이유로 즉시 허가가 어려우면 임시허가 의뢰를 의무화한다. 소관 부처가 법령 미비를 사유로 허가가 어려울 때에는 미래창조과학부에 반드시 임시허가를 의뢰하도록 한다. 소관 부처는 임시허가 심사에 참여하고, 임시허가 유효기간(2년)이 끝나기 전까지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허가 규정을 신설하는 식이다.
빅데이터 활용 촉진을 위해 개인 정보 관련 규제를 완화한다. 개인 정보 활용, 처리 위탁 시 사업자가 정보 주체에게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하는 의무를 완화한다. 웨어러블 디바이스와 같은 자동정보처리장치 등을 활용해 개인 정보를 수집·이용할 때는 포괄적 사전동의제도, 사후거부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내년 하반기에는 데이터의 활용·관리 효율화로 새로운 서비스 창출을 지원하는 국가 데이터 허브를 구축한다. 융·복합 기술 특허 활용을 촉진하기 위해 `공유특허 계약 가이드라인`을 내년 상반기에 개발, 보급할 방침이다.
◇서비스 R&D 지원 `대폭 확대`
그동안 정부는 서비스 R&D를 체계를 갖춰 지원하지 못했고, 예산도 턱없이 낮은 수준이었다. 정부의 관심이 부족하니 민간 역시 서비스 R&D 투자에 다소 소극적이었다. 정부는 이런 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컨트롤타워를 구축하고 투자를 대폭 늘리기로 했다.
서비스 R&D 목표 설정과 정책 방향은 과학기술전략회의에서 수립할 방침이다. 국가과학기술심의회에 `서비스 특별위원회`를 신설, 서비스 R&D 관련 세부 정책과 사업을 총괄·조정하게 된다. 이와 함께 서비스 R&D 선정부터 성과 평가까지 전 주기에 걸쳐 서비스 R&D 특성을 반영한 평가 체계를 도입할 계획이다.
정부의 전체 R&D 투자 가운데 서비스 R&D 비중(2016년 3%, 5788억원)은 2021년까지 2배(6%) 수준으로 확대한다. 2017년부터 5년 동안 총 4조7000억원을 서비스 R&D에 투자한다. 투자는 △신성장 서비스(5년 동안 1조5000억원) △서비스 고도화(1조3000억원) △서비스 기반 기술(3000억원) 3대 분야에 집중한다.
정부 주도 대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민간 서비스 R&D 투자 유도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이 차관보는 “정부 역할은 R&D 세제 지원 같은 마중물을 주는 것”이라면서 “기업이 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 구조를 짜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기업부설연구소 인정 요건 완화 등으로 서비스 기업의 R&D 세액공제를 확대한다. 차세대 방송통신, 콘텐츠, 헬스케어 등 서비스산업 관련 기술을 신성장동력·원천기술 R&D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시킬 방침이다.
공모 선정된 기업이 자체 경비로 서비스 R&D를 수행해 우수한 성과를 도출하면 관련 자금을 사후 지급하는 `후불형 R&D` 지원에 나선다. 기업 규모별로 총 연구비의 50~80%를 지원할 계획이다.
정부는 실버케어, 대중교통 등 주요 분야에서 차별화된 서비스 창출을 돕는다. 내년 상반기에 다양한 고령층 서비스 수요에 대응하는 `프리미엄 실버케어 서비스` 기반을 구축할 방침이다. 연내 고속버스와 시외버스 간 분산된 예매·발권 시스템을 연계·호환, 이용자 편의를 높인다. 공공데이터 공개 범위 확대와 접근성 제고로 `종합 차량관리서비스`도 육성할 계획이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