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의료 ICT` 세계서 꽃 피운다

우리나라 의료 ICT가 전 세계로 뻗어간다. 병원을 중심으로 한 의료 ICT 생태계가 구축되면서 해외 수출 모델을 정립했다. ICT 기반 `의료 한류` 가 세계 각지로 확산된다.

분당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가천대길병원 등 국내 대형병원은 강점을 가진 의료 시스템을 바탕으로 해외 진출을 가속화한다. 기술력과 가격경쟁력, 국가 환경에 맞는 최적화 지원 등은 시장을 선점했던 미국, 유럽 기업과 차별화 요소로 꼽힌다. 중남미, 중동, 중국 등 신흥시장에 우리나라 의료 ICT에 대한 `러브콜`이 쏟아진다.

사우디아라비아 킹 압둘아지즈 메디컬시티 젯다 병원 의료진이 분당서울대병원 HIS를 사용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킹 압둘아지즈 메디컬시티 젯다 병원 의료진이 분당서울대병원 HIS를 사용하고 있다.

2014년 700억원 규모 사우디아라비아 병원정보시스템(HIS) 구축 사업을 수주한 분당서울대병원 컨소시엄은 내달 6개 병원 중 네 번째 병원에 대한 시스템을 오픈한다. 이어 오는 11월에는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 병원 시스템 구축까지 마무리하면서 2년 반에 걸친 대규모 프로젝트를 완료한다. 국내 최초 `HIS 수출`이라는 훈장과 함께 우리나라 의료 ICT가 해외에서 통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사우디 프로젝트가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면서 새로운 레퍼런스 확보에 집중한다. 우선 이번 프로젝트 성공을 바탕으로 사우디 내 다른 병원과 공급 논의를 진행한다. 현재 1~2개 병원과 구체적인 수출 계약을 논의 중이다. 이어 사우디 주변 중동 국가는 물론 동남아시아와 유럽 등에도 영업을 확대한다.

황희 분당서울대병원 의료정보센터장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병원당 시스템 구축 시간이 빠른 속도로 줄고, 시스템 성능이 좋은 평가를 받는다”며 “올해 안에 1~2개 병원과 공급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며, 내년 초에는 중동 외에 다른 지역에도 수출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성모병원과 가천대 길병원은 원격의료 시스템을 이용해 `의료 한류` 열풍을 준비 중이다. 두 병원은 최근 정부가 지원하는 `ICT 기반 의료시스템 진출 모델개발 사업자`로 선정돼 축적한 원격의료 기술을 중국과 중남미에 전파한다.

서울성모병원은 지난해 9월 중국 상하이 교통대학 부속 루이진병원과 만성질환 스마트 원격의료 사업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올 연말까지 아이센스, 메디칼 엑셀런스 등 의료기기 업체와 함께 중국 당뇨병 환자를 위한 원격 건강관리 시스템을 개발한다.

가천대 길병원 의료진이 원격응급의료시스템을 통해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가천대 길병원 의료진이 원격응급의료시스템을 통해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가천대 길병원은 페루로 중남미 시장 진출 물꼬를 텄다. 지난 4월 페루 까예따노 에레비아병원과 원격협진시스템 구축을 위한 MOU를 교환했다. 이달부터 까예따노 에레비아 병원과 1차 의료기관인 페루 모자보건센터 3곳간 원격협진시스템을 구축한다. 화상시스템,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 피부확대경, 전자 청진기, 혈압 전송 시스템, 모바일 초음파 시스템 등이 포함된다.

페루를 거점으로 칠레 등 주변 중남미 국가로 영역을 확장해 ICT 기반 만성질환 관리, 원격진료, 전자의무기록(EMR) 구축 사업까지 추진한다.

정은영 가천대 길병원 유헬스케어센터 팀장은 “산모 진단 및 관리가 절실한 페루에 원격협진시스템을 구축해 보건 수준을 높이고, 우리나라 의료 ICT 기술을 전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은 세브란스병원 헬스IT산업화지원센터 교수는 “뛰어난 두뇌와 고도의 ICT, 열정 등은 의료 ICT 영역에서도 경쟁력을 갖는 요소”라며 “의료 노하우를 녹인 ICT 구축은 물론 운영 관리까지 가능한 역량을 확보한다면 우리나라가 세계 의료시장에서 선두에 오를 기회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