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학으로 대변되는 맞춤형 의학은 `데이터`가 핵심이다. 진료기록부터 신체정보, 유전체 정보, 라이프 로그 데이터까지 모든 정보를 분석해 개인 맞춤형 치료법을 제시한다. 이중 유전체 데이터는 맞춤형 정밀의학을 구현할 열쇠다. 유전체를 분석해 취약한 질병과 효능이 높은 약물 및 치료법을 제시한다. 진단을 넘어 예방의학으로 가는 지름길을 알려준다. 맞춤형 의학 구현에 땀 흘리는 강소기업을 찾아 경쟁력과 생존방안을 소개하고 미래사회를 예견해 봤다.
드넓은 서울대학교 캠퍼스에서 가장 깊숙이 자리 잡은 유전공학연구소. 마이크로바이옴 전문기업인 천랩이 위치한다. 2009년 서울대 학내 벤처로 출범한 천랩은 장내 미생물을 분석해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회사를 설립한 천종식 대표는 현재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를 맡고 있다.
사무실에서 천 대표 자리는 한 가운데다. 대표이사 집무실은커녕 별도 연구실도 없다. 책상과 의자도 직원들과 같다. 같은 공간에서 일하면서 커뮤니케이션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천랩이 주력하는 분야는 `장내 미생물`이다. 100조개가 넘는 장내 미생물 유전체를 해석하고, 질병과 연관성을 밝힌다.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른 기업과 협업해 건강관리나 치료법을 개발한다.
천 대표는 “우리 장 속에는 약 1㎏의 세균이 살고 있다”며 “이 세균이 상호작용을 해 면역을 조절하는데,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비만, 자폐증, 아토피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몸 속 미생물 유전정보를 뜻하는 마이크로바이옴은 바이오 업계에 화두로 떠오른다. 장내를 비롯해 기관지, 표피, 구강, 생식기 등에 존재하는 미생물을 조절해 면역력을 강화하거나 질병 치료도 가능하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천랩 역시 장내 미생물에 주목했다. 사람마다 다르게 보유한 장내 미생물을 분석하고, 건강하게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몸속 미생물로 현재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동시에 이로운 미생물로 변형해 건강을 유지 혹은 되찾는다는 것이다.
그는 “제2의 게놈으로 평가받는 마이크로바이옴이 가장 주목받는 것은 게놈과 달리 변형이 가능하다는 점”이라며 “내 몸속 미생물이 우리 건강을 해치는 나쁜 세균이라면, 이것을 좋은 세균으로 바꿔 질병을 치료하거나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천랩은 지난 달 16일 미국 보스톤에서 개최한 미국미생물학회(ASM)에서 웹 클라우드 미생물 DNA 분석 서비스 `CG(comparative genomics)` 베타버전을 공개했다. 미생물 DNA 분석이 필요한 연구기관이나 기업은 천랩 홈페이지에 데이터만 입력하면 자동으로 분석 값을 얻는다. 올 연말 안에 정식 버전을 전 세계 동시에 출시한다.
국내에서도 대형병원 2곳과 건강검진에 장내 미생물 검사를 추가하는 것을 논의 중이다. 대변검사 한번으로 장내 미생물 현황과 건강한 미생물을 늘리기 위한 식습관, 운동법 등을 제시할 계획이다.
CG는 간단한 프로세스처럼 보이지만, 미생물 유전체에 대한 생물학적 이해와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ICT 역량이 축적돼야 한다. 전체 직원 50명 중 생명과학과 IT인력은 각 20명씩으로 균형을 맞췄다. 장 내에는 200종, 100조개가 넘는 미생물이 있다. 이 유전체를 해석하고, 개인별 장내 미생물 현황을 파악해 건강 현황 및 질병과 상관관계를 분석한다. 현재 회사는 약 6만여 종의 미생물 정보를 데이터베이스(DB)화했다. 궁극적으로 미생물 DNA 분석은 물론 이를 연계한 치료제 및 건강관리 서비스 개발도 검토한다.
천 대표는 “마이크로바이옴은 개인별 장내 미생물 현황을 분석해 맞춤형 치료를 제공함으로써 미래 헬스케어의 한 축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우리가 가진 생물학적 역량과 머신러닝 등 ICT 로 세계에서도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