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상 초유의 `7번 유찰`이라는 불명예를 쓴 정부통합전산센터 공주센터(정부통합백업센터) 구축 사업에 또다시 예산을 쏟아붓는다. 2014년에 이어 다시 예산을 증액한다. 지난 3년 동안 예산 증액, 과업 수정 등 다양한 방법을 쓰고도 사업자 선정에 실패하면서 행정력과 예산 낭비만 초래했다는 비판이 잇따른다.
10일 정부기관에 따르면 정부통합전산센터는 기획재정부로부터 정부통합백업센터 구축 사업으로 6억원을 추가 지원을 받았다. 총 사업비는 1174억원으로 확정, 이달 중에 설계용역 견적서를 공개할 예정이다. 정부통합백업센터는 대전과 광주 정부통합전산센터 백업 자원을 한 곳에 모아 운영·관리하는 시설이다. 충남 공주에 1만6625㎡ 규모로 들어선다. 외부 공격이나 자연 재해에도 중단없이 운영되게끔 천연동굴을 이용한 국내 최초의 벙커형 데이터센터다. 전자기펄스(EMP) 방호설비도 설치한다.
사업 추진이 확정된 지 3년이 지났지만 사업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사업비가 지나치게 낮게 책정됐다는 이유다. 정부통합전산센터는 지난 3월 턴키방식에서 설계와 시공을 분리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사업 도중에 초과한 예산조차 업체가 떠안는 턴키방식에서 세부 설계를 통해 예산과 과업을 구체화해 시공하는 안정된 방법을 택했다. 이 과정에서 기재부에 예산 증액을 요청, 6억원을 확보했다. 턴키방식에서 분리발주로 변경되면서 추가 예산 확보가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오는 9월까지 설계 공모를 마쳐 설계사를 선정한다. 약 1년 동안 설계 작업을 마치고 내년 9월에는 공사에 들어간다. 완공 예상 시점은 2019년이다.
추가 예산이 투입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정부통합전산센터는 2014년 사업이 두 차례 유찰되면서 기재부에 예산 증액을 요청했다. 총 사업비는 종전(1052억원)보다 116억원 증액된 1168억원으로 책정됐다. 100억원 이상 사업비 증액과 기존 과업을 줄여 업체 수익을 보장한다고 했지만 올 2월까지 다섯 번이나 더 유찰됐다.
정부통합전산센터는 입찰 방식 변경으로 기업 리스크를 줄이고 예산까지 증액한 만큼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를 것으로 기대한다.
정부통합전산센터 관계자는 “기재부로부터 최종 6억원을 추가로 확보한 데다 과업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입찰 방식까지 변경한 만큼 사업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내년 9월까지 설계를 마치고 시공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사업이 재개되더라도 `사상 최다 유찰 기록`이라는 불명예는 물론 행정력과 예산을 낭비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 2014년 초 사업이 착수될 때부터 사업비 현실화 문제가 대두됐다. 업계는 1200억원을 마지노선으로 봤지만 실제 사업비(1052억원)는 미치지 못했다. 사업 규모 산정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왔다. 심지어 건설사가 모여 조달청에 예산 증액을 요청하는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EMP, 벙커형 데이터센터 등 고도의 기술력이 요하는 만큼 턴키방식보다는 분리발주가 효율적이라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됐다.
정부통합전산센터는 예산 증액과 과업 수정을 했지만 입찰 방식은 고수했다. 업체가 사업을 외면하는 사이 정부는 3년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올해 들어 부랴부랴 입찰 방식을 바꿨다. 행정력 낭비는 물론 설계비용 6억원 등 추가 투입 예산도 늘었다. 실제 시공에 들어갈 경우 수 십 억원에 이르는 예산을 더 쏟아부을 가능성도 크다. 정부의 판단 착오와 안일함이 자원 낭비는 물론 사업 지체, 부실 시공 우려 등 갖은 부작용을 낳았다.
업계 관계자는 “발주처 입장에서는 턴키방식으로 추진하면 사업자가 설계, 시공 등 모든 것을 다 책임지니 편하다”면서 “이번 사업처럼 EMP 설비나 동굴을 이용한 건설 등은 리스크가 커서 턴키방식이 적합하지 않을 수 있는데 정부가 끝까지 턴키를 고수했다”고 꼬집었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