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대출 받으면 신용등급이 내려가나요.”
“대출 개설 내용은 공유되나 대출이 개설된 것만으로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다만 연체 시에는 신용등급에 악영향을 미치니 주의하세요. 이 링크를 누르면 대출가능 여부를 알 수 있어요.”
은행 직원이 아닌 `챗봇(Chatbot)`과 기자가 나눈 대화다. 챗봇은 인공지능(AI) 기술의 하나로 인간 대화를 흉내 내는 컴퓨터 프로그램이다.
개인 간(P2P) 금융업체 8퍼센트가 금융권 최초로 챗봇 `에이다`를 개발, 오는 10월부터 도입한다. 챗봇 개발에 뛰어든 네이버, SK주식회사 C&C 등 IT기업 뿐 아니라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 시중은행보다 한발 앞섰다.
“소득은 3000만원, 현재 근무 기간은 2년입니다. 1000만원을 빌리고 싶은데 금리와 대출한도가 얼마일까요.”라고 물으면 `에이다`는 대답과 함께 P2P대출을 이용할 수 있도록 관련 URL링크를 안내한다. 사용자들은 웹사이트 접속 또는 전화를 걸지 않고도 메신저에서 대화하듯이 소통하며 필요한 정보를 찾거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챗봇 `에이다`는 알파고에 적용되었던 딥러닝(Deep Learning)을 활용했다. 기자가 직접 에이다에게 사투리와 오타를 섞어서 질문했는데 대부분 대응했다.
과거 챗봇은 단순 패턴매칭 방식을 사용해 사전 정의된 키워드만 인식해 입력된 응답을 출력하는 방식이었다. 트윗봇(twittbot)이나 언론사에서 단신기사 작성에 활용 중인 기사봇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인공지능 기반 챗봇 `에이다`는 한 차원 진화해 자연스러운 언어로 질문이나 명령을 하면 맥락을 파악해 응답이 가능하다. 또 대화가 축적될수록 스스로 학습해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24시간 주간이나 주중에도 기다림 없이 이용 가능하기 때문에 별도 고객 상담전화가 필요 없다.
8퍼센트 챗봇 개발에는 휴렛팩커드 수석과학자로 근무하던 인공지능 스타트업 `DATANADA` 존 박(John Park) 대표가 동참했다. 그는 UC버클리에서 전기전자컴퓨터과학(EECS)과 인지과학을 연구하고, 인공지능을 사이버 보안에 적용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지난 3개월간 개인정보가 제거된 1만건 이상 대화 내용을 분석해 뉴럴 네트워크를 확보, `에이다` 데모 버전을 개발했다.
존 박 대표는 “향후 8퍼센트 고객 대응 95% 이상을 에이다가 처리하는 것이 목표”라며 “챗봇을 통해 금융소비자의 편리함이 커지면서 기존 금융사의 서비스 제공 방식을 흔들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8퍼센트는 에이다를 통해 24시간 고객을 응대해 P2P금융 사용자를 확대하고, 인력을 효율화해 원가 절감을 꾀한다는 전략이다.
이효진 8퍼센트 대표는 “현재 대중에게 비교적 생소한 P2P금융서비스를 알리는데 에이다가 첨병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단순 상담뿐 아니라 이용자 마음을 배려하는 매력적인 챗봇으로 인지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객서비스 담당자의 감정 노동에 따른 스트레스를 낮추는 효과도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8퍼센트는 오는 10월부터 `에이다`를 부분 적용하고, 내년 1월부터 전면 도입할 예정이다. 또`에이다`를 통해 인공지능 노하우를 축적해 심사 활용 여부도 시험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고도화된 인공지능 플랫폼으로 제작해 일반 기업도 활용할 수 있도록 구상 중이다.
김지혜 금융산업/금융IT 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