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F 非이사국의 설움…수출입은행 이행기구 승인 `안갯속`

수출입은행의 녹색기후기금(GCF) 이행 기구 승인 여부가 다시 불투명해졌다. 수출입은행의 특성을 문제 삼은 일부 이사국의 몽니 때문이지만, GCF 내 우리나라 입지가 약한 것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수출입은행은 이행 기구 승인 신청 후 1년 넘게 애만 태우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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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최근 GCF 13차 이사회에서 이행 기구 승인 심사가 미뤄진 것은 일부 이사국이 이행 기구 숫자·성격 등에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이행 기구 승인을 기대했던 수출입은행 등 5개 기관은 10월 14차 이사회를 기약하게 됐다.

수출입은행이 한국 기업 수출·고용을 촉진하는 공공기관이라 GCF 목적과 상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체 이행 기구 숫자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 이사국간 합의점을 찾지 못해 승인 심사가 다음으로 밀렸다.

13차 이사회가 열리기 전까지만 해도 정부와 업계는 수출입은행의 이행기구 승인을 낙관했다. 1차(사무국), 2차(인증패널) 심사를 통과하고 이사회 심사에서 탈락한 사례는 그동안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차기 이사회에서 승인을 여전히 낙관했지만 업계는 “확률은 절반”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출입은행의 이행 기구 승인이 사실상 확실하다고 생각했지만 이사회가 열리기 며칠 전부터 이상한 기류가 감지됐다”며 “차기 이사회에서 승인을 결코 낙관할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수출입은행이 이사회 심사에서 탈락하면 우리나라의 GCF 내 영향력에 대한 지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GCF 사무국을 유치했지만 이사국이 아니라 이사회에서 발언권이 없다. 이행 기구 승인, 지원 사업 결정 등 주요 사안에서 결정권이 없는 것이다. GCF 출범 초기에는 이사국인 중국의 대리이사국 자리를 유지했지만 이마저 지난해 10월 몰디브에 빼앗겼다.

GCF 이사회는 12개 선진국과 12개 개도국으로 구성돼 균형을 이루고 있다. 우리나라가 이사국이 되면 `캐스팅보트` 역할도 가능하다. 하지만 우리가 이사국에 도전하려면 아직 2년 넘게 기다려야 한다. 이사국 임기가 3년이기 때문이다.

수출입은행의 이행 기구 승인 여부는 10월 에콰도르에서 열리는 14차 이사회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앞으로 3개월 동안 수출입은행과 정부의 설득 노력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업계는 이행 기구 숫자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이행 기구 승인이 뒤로 밀릴수록 우리나라 기관에 불리하다고 평가했다. 국내 기관 중에는 수출입은행 외에도 산업은행이 1차 심사를 통과해 2차 심사를 앞두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수출입은행이 이행 기구 승인을 받도록 이사국을 설득하는 등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차기 이사회에서 승인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