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이 인수합병(M&A) 불허 판단을 소명하기 위한 의견서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했다. 방송 권역별 경쟁 제한성 판단 반박과 통신방송 시장 발전 저해 우려 등 의견이 담겼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은 11일 오후 M&A심사보고서에 대한 사업자 의견서를 공정위 심판총괄담당과에 제출했다.
공정위가 심각한 경쟁 제한성 우려로 M&A를 불허한다는 보고서를 발송한 지 1주일 만이다. 세부 내용을 밝히긴 어렵지만 보고서 내용을 최대한 검토하고 설득력 있는 주장을 담기 위해 노력했다는 게 양사 입장이다.
SK텔레콤은 주로 경쟁 제한성과 통신방송 시장 발전 저해, CJ헬로비전은 케이블TV 시장 구조 개편 불가와 어려움 가중 등의 의견을 각각 중점 피력했다. 공정위는 M&A 이후 CJ헬로비전 23개 방송권역 대부분에서 경쟁 제한이 발생한다고 판단했다. 시장을 권역이 아닌 전국 기준으로 봐야 하며, 독과점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등 반박 논리 공세가 예상된다.
공정위 판단이 통신방송 융합이라는 시대 흐름을 저해한다는 주장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성장 절벽에 직면한 국내 케이블TV 산업이 구조조정을 통한 재도약의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이라는 호소도 포함했다. SK텔레콤이 예고한 5조원 투자가 물거품이 되면 미디어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공정위는 사업자 의견서를 검토한 후 조만간 인가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공정위 결정이 M&A 실패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최종 결정권은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쥐고 있다. 하지만 주무 부처도 공정거래법에 기반을 둔 공정위의 결정을 무시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공정위 심리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통신방송 업계에서는 공정위의 심사 결과에 비난 여론이 높아가고 있다. 유료방송 규제 중심을 전국으로 재편하는 주무 부처의 정책 기조에 정면 배치되는 결과를 내놨기 때문이다. 양문석 전 방통위 상임위원은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M&A에 따른 경쟁 제한은 구시대식 억지 논리라고 비판했다.
심사 과정 측면에서도 지적이 이어진다. 공정위는 217일을 심사에 활용했다. 자료보정 기간을 포함해 기간이 얼마나 소요됐는지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기업결합심사 시 불투명성 제거를 위해 노력하는 미국, 일본 등 해외와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심사 후에는 SK텔레콤, CJ 헬로비전의 의견 제출 기한 연장 요청도 불허했다. `시장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인색한 결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SK텔레콤은 M&A 심리를 비공개로 진행해 달라는 신청서를 공정위에 제출냈다. 심리 중에 M&A와는 관계없는 영업 정보와 기밀이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최종 심리는 비공개로 진행될 공산이 커졌다.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