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개인영상정보보호법(가칭)`을 제정한다. CCTV에서 차량용 블랙박스, 드론까지 늘어나는 영상정보처리장치에 의한 개인정보의 오·남용을 막는 게 목적이다. 최근 개인정보보호 활용 규제를 완화하는 정부 기조와 달라 법령 수위를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
행정자치부는 영상정보처리장치에 특화된 개인영상정보보호 법령을 신설하기 위해 법안을 마련 중이라고 11일 밝혔다. 각계 전문가로 연구반을 가동해 연내 법안 성안을 완료한다. 내년 상반기 입법 절차에 들어갈 전망이다.
행자부는 지난해부터 개인영상정보 보호체계 수립을 검토했다. CCTV 설치 구역이 늘어나는 데다 차량용 블랙박스가 신규 차량 대부분에 설치돼 개인영상정보 침해 가능성이 커진 탓이다. 드론과 웨어러블 기기까지 새로운 이동형 영상정보처리기기가 등장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당초 행자부는 기존 `개인정보보호법`을 보완, 개정하는 방식을 검토했지만 최근 독립 법령을 신규 제정하기로 결정했다. 영상 정보와 기기 범위가 광범위해 개인정보보호법으로 대처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현 개인정보보호법은 영상정보처리기기를 폐쇄회로TV와 네트워크카메라 두 종류로 한정지었다. 사실상 신규 영상기기 규제가 불가능하다. 목적 외 이용금지 조항으로 인해 정보 활용 유연성이 떨어진다. 교통정보 수집 목적으로 설치했다면 범죄 예방 등으로 쓰는데 제약이 따른다.
박종현 행자부 개인정보보호협력과장은 “영상과 비영상은 개인정보보호체계가 완전히 다르다”며 “개인 모습이 확인 가능한 영상정보는 유출 및 오·남용 시 피해를 회복하기 어렵다는 점도 개인영상정보보호법 제정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신규 법령 제정에 우려도 적지 않다. 올해 들어 정부가 개인정보보호법을 비롯해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등 기존 개인정보 관련법상 규제를 완화하는 상황과 어긋난다.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이 아닌 개인영상정보보호법 신설은 규제를 추가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드론, 웨어러블기기 등 신기술 영상장치가 나올 때마다 법령을 제정하는 것이 적절하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문제는 법안 실효성이다. 이동형 영상장치는 고정형과 달리 촬영 대상자에게 사전 고지나 정보활용 동의를 받기 어렵다. 사업자가 개인영상정보를 수집·활용하는 기준을 정하기 쉽지 않다. 개인정보보호라는 법안 목적을 달성하면서 신산업 활성화를 저해하지 않는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인터넷업계 관계자는 “과도한 규제가 새로운 산업을 가로막아선 안 된다”며 신중한 접근을 요구했다.
행자부는 하반기 각계 의견을 수렴해 법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박 과장은 “특정 기기를 규제하거나 모든 영상장치 촬영을 제한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영상정보보호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고 사생활 침해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호준 SW/콘텐츠 전문기자 newlevel@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