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이후 7년 만에 국내에서 체세포복제배아 연구가 재개된다. 침체에 빠진 국내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힘을 실어 줄 것으로 전망된다.
보건복지부는 차의과대학이 제출한 체세포복제배아 연구 계획을 조건부로 승인했다고 11일 밝혔다. 2009년 차병원 체세포복제배아 연구 이후 7년 만이다.
체세포복제배아 연구는 난자에서 핵을 제거한 후 체세포 핵을 이식해 만든 체세포복제배아로부터 줄기세포주를 만드는 연구다. 생명윤리법 제31조 제4항에 따라 사전에 복지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희소·난치병 치료 목적으로만 연구할 수 있다.
연구는 체세포복제배아에서 줄기세포주를 생산해 시신경 손상, 뇌졸중, 골연골 형성이상과 같은 난치병 환자 세포치료용으로 이용하는 게 목적이다. 2020년까지 5년 동안 이뤄진다.
복지부가 차의과대학이 제안한 체세포복제배아 연구를 조건부로 승인하면서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기대가 높다.
차병원이 제안한 연구는 2020년까지 5년 동안 난자 600개를 사용, 체세포복제배아 방식 줄기세포를 만든다. 모든 사람이 함께 쓸 수 있는 공용줄기세포 개발도 시도한다.
우리나라에서 체세포복제배아 연구가 이뤄지는 것은 2009년 이후 처음이다. 당시 연구를 진행한 곳도 차병원이다. 차병원은 2009년 동결 난자와 비동결 난자를 활용, 관련 연구를 진행했다. 체세포복제 방식 줄기세포를 만드는 데에는 실패했다. 2014년 미국에서 비동결 난자를 활용하면서 성공한 바 있다.
국내에서 체세포 복제배아 방식의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하려면 질병관리본부에 연구기관으로 등록해야 한다.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로부터 별도 허가도 받아야 한다. 현재 체세포복제배아 연구기관 가운데 연구 허가를 받은 곳은 차병원이 유일하다.
주춤한 국내 배아줄기세포 연구 분야에서 연구 기틀이 마련됐다. 2005년 황우석 박사 사건 이후 국내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정부 심사가 강화, 사실상 `올 스톱` 됐다.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재시도되면서 선진국 수준의 국내 줄기세포 역량을 한 단계 높일 기회로 작용한다. 지난해까지 상업 개발을 목적으로 한 줄기세포치료제 임상 연구 317건 가운데 우리나라에서 진행된 사례는 46건이다. 미국(146건)에 이어 세계 2위다. 줄기세포치료제 개발 기업도 우리나라는 총 11개로, 미국(53개)에 이어 2위를 기록할 정도다.
활발한 성체줄기세포 연구와 시너지도 기대한다. 성체줄기세포는 모든 세포로 분화하는 배아줄기세포와 달리 특정 조직 세포로만 분화한다. 환자에서 직접 성체줄기세포를 얻어 면역거부 반응이 적어 안전하다.
연구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불법 및 비윤리 행위를 막는 것은 관건이다. 배아줄기세포에 대한 안정성 우려도 해소해야 한다. 복지부는 대응책으로 관리위원회를 구성, 연구 진행 과정에서 난자 사용 이전에 난자이용연구동의서 등이 제대로 작성됐는지를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이동욱 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은 “이번 승인을 계기로 희소·난치병 치료를 위한 과학계의 노력이 결실을 맺을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면서 “체세포복제배아 연구 부작용 우려가 있는 만큼 차의대의 연구가 높은 수준의 윤리 기능도 충족시키도록 지원·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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