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도가 지난 8일 내놓은 스마트폰용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 고`가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지만 세계 최대 모바일 게임 시장 중국에서는 아직 그림의 떡이다. 당국 규제로 다운로드가 안되는데다 설사 미국 계정을 빌려 다운로드 받더라도 위치추적시스템(GPS) 지원이 안돼 게임을 제대로 즐길 수 없다.
지난해 중국 모바일 게임 시장 규모는 71억달러로 세계 최대 수준이다. 중국에 이어 미국과 일본이 각각 62억달러로 2위군을 형성하고 있다. 중국 인터넷 거인 알리바바 계열사로 온라인마켓플레이스업체인 타오바오가 “중국 모바일 게임자들이 `포켓몬 고`를 이용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지만 언제 실현될 지 미정이다.
`포켓몬 고`는 미국과 호주, 뉴질랜드 3국에 우선 출시됐다. `포켓몬 고`를 만든 나이앤틱(Niantic) 지분 32%를 갖고 있는 닌텐도는 다른 나라 출시 일정을 밝히지 않고 있다. 위치추적시스템과 AR 기술을 결합, 게임 이용자들이 실제 도시 거리와 공원 등을 찾아다니며 포켓몬을 잡는 게임인 `포켓몬 고`는 미국에서는 200만대 이상 애플 스마트폰에 다운로드 됐다. 하루 매출이 160만달러가 넘는 등 선풍적 인기를 얻고 있다.
여러 재미있는 사회 풍속도도 낳았다. 안전사고나 범죄 악용 사례가 생겨 경찰이 주의를 당부하는가 하면, 국립묘지나 박물관 등은 시설 내에서 게임을 하지 못하도록 해달라고 업체 측에 요청하기도 했다. 자동차를 운전하던 중 포켓몬이 나타나자 이를 잡으려는 사람, 포켓몬을 잡으려고 스마트폰을 보면서 길을 걷거나 자전거를 타다가 다친 사람, 으슥한 곳에 갔다가 강도를 당한 사람 등도 생겨났다.
게임을 개발한 나이앤틱 본사가 있는 샌프란시스코에는 경찰이 7개 항목의 `포켓몬 고 안전수칙`을 발표하기도 했다. 지역 경찰서장은 “포켓몬 고 열풍이 샌프란시스코의 거리를 강타하고 있다”며 “포켓몬으로 전투를 벌이고 훈련을 시키고 포획할 때도 아직 현실 세계에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당부하기도 했다.
`포켓몬 고` 인기에 힘입어 모바일 게임 시대에 부진을 면치 못했던 닌텐도는 함박웃음이다. 전통 게임 강자였던 닌텐도는 그동안 주주들 요구에도 불구하고 콘솔 게임에 주력하며 모바일 게임 개발을 거부, 판매 부진에 시달렸다. 2012년을 시작으로 2014년까지 3년 간 적자를 기록했고, 주가는 거의 50%가량 폭락했다.
지난해부터 모바일 게임 사업을 강화해온 닌텐도는 자회사 포켓몬컴퍼니가 증강현실 게임 인그레스(Ingress)로 잘 알려진 니앤틱과 함께 개발한 포켓몬 고를 내놓은 뒤 주가가 연일 상승하는 등 각광 받고 있다. 회사 시가총액도 이틀 사이에 7180억엔(약 8조1000억원)이나 늘어났다.
하지만 노무라증권은 “포켓몬 고는 기본적으로 니앤틱이 개발했고, 닌텐도는 제한적으로만 참여했기 때문에 포켓몬 고 선전만으로 닌텐도 주가가 급등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을 내놓기도 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