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바이오, 2020년까지 인력 5배 늘린다

SK바이오텍 공장 내부 전경
SK바이오텍 공장 내부 전경

SK가 `바이오`에 승부수를 던졌다. 2020년까지 SK바이오텍 인력을 최대 다섯 배 늘린다. SK바이오팜을 더해 4년 후 기업가치 14조원 비전을 실행할 인재를 확보한다. 의료 진단 사업에 주목하는 SK텔레콤과 시너지를 내면 디지털 헬스케어와 바이오·제약 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17일 SK그룹에 따르면 의약품 생산 기업 SK바이오텍은 현재 100여명 수준인 인력을 2020년까지 최대 500명으로 확대한다. 신약 개발을 담당하는 SK바이오팜 역시 2018년 뇌전증 신약의 상업화 시점에 맞춰 인력을 대폭 늘린다. 세계 수준의 의약품 생산 설비 확충과 함께 전문 인력 확보, 글로벌 기업 인수합병(M&A)까지 바이오 사업 `비상`을 위한 통 큰 투자를 이어 간다.

SK바이오텍은 2020년 기업가치 4조원 달성, 글로벌 톱10 의약품 생산 회사로 성장한다는 목표 아래 인프라 확충에 한창이다. 올해 700억원을 투입해 연간 16만리터 생산 능력을 2020년에 80만 리터까지 확장한다. 지난해 기록한 636억원 매출과 156억원 영업이익 역시 4년 후 각각 1조5000억원, 3000억원으로 늘린다는 목표다.

생산 시설 확대에 맞춰 인력을 크게 늘린다. 현재 100여명 남짓한 인력을 2020년까지 단계별로 최대 500명까지 확충한다. 생산직 중심으로 원료의약품 연구개발(R&D) 인력, 의약품위탁생산(CMO) 사업 확대를 위한 마케팅·재무·전략 등 다방면에서 인력을 확대한다. 몸집을 키우는 M&A도 적극 추진, 합병에 따른 인력 증가도 예상된다.

SK그룹 관계자는 “2020년 80만리터급 생산 시설이 구축되면 인력 역시 400~500명 규모로 늘릴 예정”이라면서 “글로벌 선두 의약품 생산 기업 생산 시설과 인력 확대 속도를 비교했을 때 뒤처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SK바이오 계열사 매출 현황
SK바이오 계열사 매출 현황

SK바이오텍이 설비, 인력을 확대하는 이유는 계열사 SK바이오팜이 개발한 신약의 상업화가 가시화됐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생산기지 확대가 필요하다.

SK바이오팜이 오는 2018년에 시판할 뇌전증 신약 `YKP3089`는 최종 승인을 받으면 국내에서 개발한 정신과 질환 최초의 글로벌 신약이 된다. 2014년 기준 세계 시장 규모는 약 5조8000억원이다. 시판되면 2020년 8500억원, 2022년 1조원의 매출을 각각 거둘 것으로 예측된다. 회사는 신약 매출이 본격화할 2020년에 기업가치 10조원을 기대한다.

수익을 지속 창출하는 CMO 시장 공략도 투자 강화의 배경이다. SK바이오팜이 보유한 15개 신약후보물질 가운데 상업화가 가시화된 것은 뇌전증 신약(2018년)뿐이다. 출시 주기가 긴 바이오·제약 산업의 생리를 고려할 때 안정된 수익 창출 통로가 필요하다. CMO 사업은 제조업 노하우를 쌓은 우리나라 기업에 좋은 기회다.

SK 바이오사업 성공은 꾸준한 투자와 SKT 등 계열사 간 시너지가 관건이다. 그룹 차원에서 얼마나 강력한 의지로 지원을 이어 갈지 지켜봐야 한다. ICT 역량을 바탕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 뛰어든 SK텔레콤과 바이오 계열사 간 융합 모델을 발굴한다면 성공 가능성은 커진다.

신정섭 KB인베스트먼트 이사는 “바이오·제약 산업은 신약 개발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IT에 기반을 둔 헬스케어와 만날 수밖에 없다”면서 “신약 개발이라는 개별 프로젝트를 넘어 바이오와 디지털 헬스케어 융합이라는 큰 그림을 어떻게 그리느냐가 SK의 바이오 사업 성공을 좌우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