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A 계좌이전제 18일 시행...금융권 고객 잡기 2라운드 `전쟁`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계좌이전제가 18일 전격 시행된다. 이에 따라 은행과 증권사 간 ISA 고객 유입 경쟁이 또 한번 촉발될 전망이다.

ISA 가입자 수가 많은 대형은행과 증권사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준비하고 있는 반면에 지방은행과 외국계은행은 일단 상황을 지켜보고 전략을 수립하겠다는 반응이다.

계좌이전제 시행으로 ISA 가입자는 세제혜택을 유지하면서 가입 금융사나 상품을 마음대로 변경할 수 있다. 이전하려는 금융사 영업점만 방문하면 원스톱으로 변경 가능하다.

17일 금융위원회는 소비자 선택권 강화, 상품 간 경쟁 제고를 위해 ISA 계좌이전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계좌이전을 희망하는 가입자는 이전하려는 금융회사만 방문하면 변경이 가능하며 계좌이전 업무 처리 수수료는 없다.

불완전 판매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어 금융당국은 기존 계좌 내 자산을 현금화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비용, 계좌이전에 따른 수수료 변화 등 투자자가 유의해야 할 사항을 충분히 설명하도록 금융협회 및 시행기관에 고지했다. 계좌이전 절차에 따라 계좌를 이전하면 기존계좌에 부여된 세제혜택도 그대로 받는다.

금융위 관계자는 “ISA 가입자가 세제상 불이익 걱정 없이 금융회사, 상품을 변경할 수 있게 됨으로써 가입자 선택권이 강화될 것”이라며 “금융사도 계좌이전이 가능해짐에 따라 수익률 제고와 수수료 인하 등 고객 편익 증대를 위해 서비스 강화에 나설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ISA 계좌이전제 시행으로 금융사도 고객 쟁탈전에 경쟁적으로 뛰어들 전망이다. 다만 여파가 어느 정도일지 일단 관망하겠다는 금융사도 상당수다.

ISA 계좌이전제가 시작되면 은행 간 경쟁구도는 형성되지만 실제로 많이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은행 신탁형 ISA 가입금액 60~70% 이상이 정기예금으로, 고객들이 중도해지 이율을 적용받기 때문에 섣불리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존 가입상품을 해약해야 ISA 계좌를 옮기는 게 가능한데 중도 해약하면 정기예금은 만기를 못채워 약정 이자를 받을 수 없다.

게다가 5월 일임형 ISA를 출시한 은행들의 수익률 실적이 아직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고객들의 이동이 미미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8월 공개되는 일임형 ISA 수익률에 따라 이동이 일어날 수 있지만 일임형 비중이 워낙 낮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지는 의문이다.

KB국민은행은 ISA 계좌이전제 시행에 따라 △고객수익률 관리 강화(모델포트폴리오 확대 및 정기적인 리밸런싱) △영업점 마케팅 지원(본부 차원의 신속한 지점 지원) △직원 역량 강화 교육에 나선다. 또 경쟁력 있는 상품 라인업을 통해 고객 유입에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우리은행은 `뭉텅이 영업`으로 신규 고객을 적극 유치하겠다는 입장이다. ISA 출시 후 천주교 신자 카드 판매를 통한 가톨릭 신자 유치, 우량기업 임직원 전용 대출상품 및 우리사주 구입자금 대출로 임직원 주거래 유치, 대학교 교직원 및 재학생 거래 유치, 외국인 특화 영업점 운영 등 집단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또 결제성 계좌 변경이 불가능한 상품 판매 활성화에 착수했다.

NH농협은행은 ISA 계좌이전제 시행에 맞춰 농어민을 대상으로 영업을 강화하기로 했다. 전국 점포망을 통해 농어민이 ISA 상품을 편리하게 가입하고 갈아탈 수 있도록 투자상품 개발은 물론이고 서비스 강화에 나서겠다는 각오다. ISA 계좌 편입이 가능한 주식혼합형, 주식형, 해외펀드 등 펀드상품과 파생결합증권 등은 고객 요구 및 금융시장 동향 등을 파악해 추가로 출시할 예정이다.

IBK기업은행 관계자는 “직원 평가인 핵심성과지표(KPI)에 ISA 판매실적 반영이 타 은행보다 늦어서 ISA 가입자 유치가 활발하지 않았다”며 “정기예금의 경우 계좌이동제로 갈아타면 중도해지 이율을 받기 때문에 고객 입장에서는 썩 이롭지 않다”고 내다봤다.

외국계 은행인 씨티은행은 ISA 출시를 유보 중이고, SC제일은행도 “기존에 ISA 고객이 많지 않아 계좌이동제 여파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지방은행들은 ISA 계좌이전제에 담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부산은행 관계자는 “신탁형 ISA 가입자 대부분이 정기예금인 데 금융사마다 이율차이가 크게 없어서 계좌이동의 큰 요인은 없을 것”이라며 “다만 일임형 출시가 늦게 된 만큼 수익률 공시로 우위 판가름이 나면 이동경쟁이 불붙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증권사들은 은행 등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가장 먼저 `ISA하고 황금열쇠 받자`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신규가입이나 추가 납입 고객 외에 타사 이전 고객에게 상품권을 지급하는 이벤트다. 이밖에 ISA 조건에 따라 응모권을 제공해 당첨기회를 제공하는 황금열쇠 이벤트도 11월 말까지 진행한다.

미래에셋증권, 대신증권, 하나금융투자 등은 시스템을 갖춘 상태서 당분간 관망세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일부 증권사는 현업 부서를 중심으로 이벤트 등을 준비하고 있지만 추이를 봐가며 순차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금융회사별 ISA 계좌이전서비스 시행 시점 (자료:금융위원회)>


금융회사별 ISA 계좌이전서비스 시행 시점  (자료:금융위원회)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김지혜 금융산업/금융IT 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