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에너지 데이터 공개 관련 민간업계 요구를 들어주기로 했다. 전력과 열 스팀, 가스 등 일부 공기업이 보유한 채 외부에 공개하지 않던 정보를 풀어 에너지 빅데이터 산업에 활용한다는 취지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에너지신산업 협의회`에서 전력과 열 등 에너지 소비·공급 데이터 공개 의지를 분명히 했다. 다양한 에너지 빅데이터 활용 산업이 태동되도록 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우태희 산업부 차관은 “그동안 공기업이 독점해 온 에너지 데이터를 적극 공개해 에너지 빅데이터 산업 육성에 앞장서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에너지 데이터 공개는 그동안 민간기업의 꾸준한 요청을 정부가 수용한 결과다. 그동안 에너지 업계는 새로운 에너지신산업 서비스 모델 발굴을 위해 한국전력 등 일부 공기업이 독점하고 있는 고객 데이터를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었다. 반면에 공기업은 영업기밀 유지와 고객 프라이버시를 이유로 이를 거부해 왔다.
이번 결정은 정부가 에너지 신산업 민간참여 확대라는 기조 아래 공기업 영업기밀보다 민간 중심 서비스 개발에 손을 들어준 셈이다. 대신 고객 프라이버시 문제는 정보이용 기준과 절차 등 관련 기준 정비를 통해 보호할 방침이다.
공개 예정된 에너지 데이터는 전력과 가스, 열 이다. 우선 한전과 발전공기업 전력거래소 등이 보유하고 있던 전력데이터가 먼저 공개될 예정이다. 에너지 효율관리, 에너지 컨설팅, 스마트미터링, 신재생발전, 사물인터넷(IoT) 가전 등 분야에서 해당 데이터 활용이 기대된다.
지금은 오후 2~3시가 전력 피크 시간이고, 밤에 전력사용량이 적다. 일정 수준 단편적 정보만 알고 있다면, 데이터 공개 이후에는 지역별, 연령별, 업종별 전력사용현황과 소비습관 등도 알 수 있게 된다.
수요관리 및 에너지 컨설팅 사업자 입장에서는 타깃형 영업이 가능하고, 향후 지능형검침인프라(AMI) 체계가 갖춰지면 상황별 전력 과소비 가전기기 분석 등 보다 세밀한 에너지 효율 서비스도 기대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에너지 데이터 개방 구심점이 될 `전력 빅데이터 센터`를 9월 중 개소할 예정이다.
가스와 열 스팀 데이터는 2단계 사업으로 내년부터 진행한다. 5000억원을 투자해 2022년까지 1600만호에 실시간 계량·과금이 가능한 가스 원격검침(AMI)을 보급하고, 축적되는 데이터로 도시가스 소비패턴 분석, 사용량 점검 서비스 등을 가능하게 할 계획이다. 또한 가스공사가 관리하고 있는 압력, 용량 등 배관운영자료(데이터)를 제공해 민간참여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2018년에는 전국 단위 열 지도를 작성해 공개하고 `국가 열지도 센터`를 구축해 열 에너지 데이터를 활용한 민간의 다양한 사업기회 창출을 지원할 예정이다.
에너지 업계는 데이터 공개 관련 빅데이터 활용을 위해 보안기술 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데이터 공유가 쉽도록 오픈소스 방식으로 구축할 것과, 데이터를 취합·제공할 전담기관 구축 등을 제안했다.
우 차관은 “민간업계 의견을 바탕으로 향후 에너지 빅데이터 산업을 적극 육성하겠다”며 “에너지신산업 규제완화와 성과확산에도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정형 에너지 전문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