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일명 원샷법)은 2013년 일본이 아베노믹스의 일환으로 제정한 `산업경쟁력강화법(이하 산경법)`을 벤치마킹했다. 하지만 더 거슬러 올라가면 1999년 제정 이래 세 차례 개정돼 일본의 산업 및 기업 구조 개편에 기여한 산업활력법을 본떠 만든 것이 사실이다.
산업부가 원샷법 제정 과정에서 가장 많이 분석하고 비교 사례를 언급한 것도 바로 산경법이다. 하지만 산경법을 중심으로 한 일본 산업 재편 관련 법·제도와 원샷법은 많은 차이를 보인다.
무엇보다 일본과 비교할 때 지원 내용은 최소화되고 승인 기준은 훨씬 엄격하게 강화됨으로써 법 제정의 목적 달성에 효율이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샷법 지원 내용이 일본의 일반법 수준이거나 산경법보다 적용 기준이 강화됐다는 것이다.
우선 상법상의 소규모 합병과 간이 합병 등 조직 개편 적용 대상이 일본 산경법보다 기준이 강화됐다. 원샷법의 간이 합병 범위는 인수 회사가 소멸 회사 주식을 80% 보유할 경우 소멸 회사 주총을 이사회로 갈음하도록 했다. 하지만 일본 산경법은 이 같은 주식 보유 비중을 3분의 2 이상으로 낮췄다. 채권자 보호 절차 생략 부분도 원샷법은 은행 지급 보증 또는 보험증권 제출 시 생략할 수 있지만 일본 회사법은 채권자를 해할 우려가 없는 경우 생략할 수 있다. 원샷법에 비해 자율성이 높은 셈이다.
공정거래법상의 지주회사 규제에 관한 특례는 일본에는 아예 없는 규정이다. 대기업 특혜 가능성을 차단해야 하는 우리나라의 특수성이 반영된 결과다. 대규모 기업집단 규제 유예 기간 연장도 마찬가지다.
원샷법의 사업 재편 승인 절차와 기간이 산경법에 비해 많이 소요되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일본 산경법은 사전 상담을 포함하더라도 사업 재편 승인에 약 2개월 소요되는 반면에 원샷법은 약 3개월 소요된다.
이는 일본에는 없는 대기업 특혜 시비 논란으로 인해 공정성을 위한 심의위원회를 설치하고, 1개월의 심의 기간이 추가된 결과다. 일본의 사업 재편 계획 승인은 실제로 기업 신청 이후 경제산업성 담당 공무원 심사만으로 결정되는 반면에 우리나라는 별도 위원회를 추가로 통과해야 하는 셈이다.
원샷법과 산경법은 기업 지원 기간도 다르다. 원샷법은 사업재 편에 따른 지원 기간을 3년 이내로 한정했지만 일본은 사업 재편 규모와 영향에 따라 3년 이내와 10년으로 구분해 지원한다. 산업 규모와 파급 효과를 감안, 더 실제적이고 더 긴 장기 산업 재편 계획을 지원하도록 도모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샷법 국회 논의 과정에서 야당이 대기업 경영 승계 등 악용 가능성 문제를 줄기차게 제기하면서 심의위원회 설치 등 추가 절차를 만들어 사업재편계획 승인 기간이 늘어난 측면이 있다”면서 “법 시행이 한 달도 안 남은 만큼 산업구조 개편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승인 절차를 빠르게 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양종석 산업경제(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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