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지능형 건설기계가 세계 시장 전면에 등장했다. 2013년 이후 침체일로를 걷는 세계 건설기계 시장에 새로운 활력이 될 전망이다. 우리나라도 인공지능 추진단 과제로 잡혀 기술개발이 본격화된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고마쓰를 필두로 글로벌 건설기계 장비업체가 올해 지능형 건설기계 장비 개발·상용화를 서두르고 있다.
신대영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건설기계기술센터장은 “세계 최대 건설기계전시회인 독일 바우마(Bauma)전시회에서 고마쓰, 캐터필러, 볼보 같은 글로벌업체가 지능화 장비를 전면에 내세웠다”며 “얼마 전 하이브리드 기기가 유행하다 올해는 지능형 장비로 트렌드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말했다.
일본 유력 건설기계 제조업체 고마쓰가 선도적으로 지능화 건설기계장비를 선보이고 있다. 고마쓰는 지난해 1월 건설현장 장비 자동화를 목표로 `스마트 컨스트럭션(Smart Construction) 서비스`를 선언했다. 일본 내 9개 시범 거점을 지정했다. 지난해 스마트 컨스트럭션 1000건을 수행했으며, 올해 5000건으로 대폭 늘릴 계획이다.
지능형 건설기계는 기존 건설장비에 환경 인지기술, 자동화 등 ICT를 심는다. 기술 수준에 따라 △작업 지형 정보 등을 화면으로 보여주는 `머신 가이던스(Machine Guidance)` △특수한 형태 작업에 자동화를 적용한 `머신 컨트롤(Machine Control)` △장비들이 협업하는 `스마트 컨스트럭션` 등으로 나뉜다. 집단협업이 가능한 무인장비가 최종 단계로 꼽힌다. 현재는 지형 측정, 자동화 기술 등을 활용해 생산성·안전성 향상에 초점을 둔다.
김낙인 한국건설기계부품연구원(KOCETI) 본부장은 “굴착기를 예를 들면 자동화를 통해 정확한 각도로 모래를 쌓아올릴 수가 있는 단계가 머신 컨트롤이다. 최대 60%까지 작업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글로벌 업체는 현재 머신 컨트롤 단계까지 장비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업체는 지능형 건설기계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침체된 세계 건설기계 시장 판도를 바꾸려 하고 있다.
KOCETI에 따르면, 세계 건설기계 시장 성장률은 2010년 39.4%까지 치솟았다가 2013년 마이너스로 돌아선 뒤 지난해 -10.0%로 떨어졌다. 중국 시장 위축이 세계 시장 하락을 이끌었지만 미국·유럽 등 선진국 시장에서도 고임금 등 장벽이 작용했다.
지능형 건설기계가 이를 돌파할 수단으로 받아들여진다.
우리나라도 판도가 급변하는 시장 동향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기준 세계 건설시장 생산 점유율 5.1%로 세계 6위 수준이다. 지능형 건설기계 도입 등 차별화를 시도하지 않으면 중국 등 후발주자 추격으로 그나마 있던 시장 점유율마저 뺏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전문가는 “우리나라는 3~4년 전부터 해외 센서를 국산 굴착기에 붙여서 파는 수준에 머물렀다”며 “우리나라 업체가 최근 힘들었던 이유는 박리다매 형태를 유지했기 때문인데, 지능화로 중국과 차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기술 개발 단계적 전략을 바탕으로 한 장기 전략을 꾸려 우리 업체 경쟁력을 살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마쓰 등 글로벌 업체는 10년 넘는 장기 개발을 통해 지능화 장비를 전면에 내세웠다.
우리 정부는 `알파고` 열풍 이후 지능형 건설기계에 관심을 쏟고 있다는 평가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 9월초 `인공지능 응용·산업화 추진단` 사업 성과를 발표하고, 지능형 건설기계를 포함한 스마트 컨스트럭션 과제를 공개할 방침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능형 건설기계 등을 포함한 스마트 컨스트럭션을 인공지능 추진단 과제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