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통신방송, 새 판을 짜자

`협력`이 케이블TV를 살릴 마법의 주문이 될 수 있을까. 인수합병(M&A)을 통한 각자도생이 실패로 돌아가자 `원케이블TV`가 돼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주문이 쏟아진다. 장기 차원으로는 다시 M&A를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업계와 정부가 힘을 합쳐 동등결합, 디지털전환 등 실질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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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케이블TV 능동적 대처 주문

케이블TV 업계는 그동안 디지털 전환 등 급격한 방송통신 환경에 제때 대처하지 못하고 지역 독과점 시장에 안주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전문가들은 더 떨어질 곳이 없는 상황을 맞은 지금 업계가 똘똘 뭉쳐 능동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R&D가 무산된 상황에서 케이블TV가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힘을 합치는 것”이라면서 “욕심을 버리고 대형업체 중심으로 뭉쳐 `통신3사 대 케이블TV` 구도를 만드는 게 현실 대안”이라고 말했다.

M&A 재시도 필요성도 제기됐다. 김남 충북대 정보통신공학부 교수는 “모두에게 필요한 일인데 (SKT-CJ헬로비전 합병에 대해) 경쟁사가 너무 경직된 반응을 보였다”면서 “짝짓기는 장기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케이블TV가 더욱 적극 M&A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케이블TV 업계 고위 관계자는 “SO끼리 뭉쳐야 한다”면서 “그 힘으로 통신3사와 맞붙어야 협상력도 커진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케이블TV 업계는 21일 M&A 무산 후 첫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대응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김진경 케이블TV방송협회 국장은 “무엇보다 힘을 합치는 게 중요하다”면서 “첫 회의에서는 회원사 간 협력 방안이 가장 먼저 다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긴급진단]통신방송, 새 판을 짜자

◇최대 이슈는 `결합상품`

케이블TV는 `모바일`이 없는 것이 최대 단점이다. 모바일 결합상품을 통해 가입자가 통신사로 빠져나간다고 본다. 방송으로 맞붙으면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통신사 모바일 상품을 케이블TV가 빌려 쓸 수 있거나(동등결합) 통신사가 유료방송만 공짜로 제공하지 못하도록(동등할인) 하는 제도를 도입했지만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김진경 국장은 “제도 도입은 됐지만 실제로는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세세한 부분까지 손을 써서 제도가 작동할 수 있도록 정부에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성진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도 “제도를 만들어 놓지만 말고 실질적으로 가능하게 해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케이블TV에 `디지털 전환`은 수익성과 직결된 문제다. 디지털은 아날로그에 비해 가입자 1인당평균매출(ARPU)이 갑절 많다. 하지만 디지털 전환율은 3월 현재 53.3%에 그친다. 케이블TV 가입자 절반가량이 월 4000~5000원 수준의 낮은 요금제를 사용한다는 의미다.

권역 광역화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오를 조짐을 보인다. 가입자가 이사를 가면 해지해 줄 수밖에 없는 `권역 사업자`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케이블TV도 더 넓은 지역에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반론도 많다. 케이블TV 업계 관계자는 “권역을 광역화하면 케이블TV 생명인 지역성·다양성이 훼손된다”면서 “M&A를 통한 자연스러운 광역화를 유도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유료방송발전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케이블TV와 IPTV·위성방송 등을 모두 포함한 유료방송 종합 대책을 이른 시일 안에 내놓기로 했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