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일을 하려 하는데 이리저리 치이고, 일을 시켜도 밑에서 잘 안한다. 이러다 기관 망한다고 말을 해도 안 움직이니 답답하다. 일을 시키면 직원들이 안전한 방법만 가져오고 찾으려 한다. 무슨 비전이 있겠나. 차라리 대학 총창이 더 역량 있게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직 A 출연연 기관장의 하소연이다. 출연연 기관장 임기는 3년이다.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이하 과기출연기관법) 제12조 3항에는 기관장 임기가 3년으로 명시돼 있다.
3년은 기관장이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려운 기간이다. 부임 후 현황 파악하는데 약 1~1.5년이 소요된다. 임기 마지막 1년은 레임덕 현상이 부분적으로 나타난다. 연구개발 특성상 기관장이 자신의 소신과 철학을 펼칠 수 있는 기간은 이를 제외하면 너무 짧다.
기관장 임기가 짧다 보니 중장기 발전계획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도 어렵다. 3년마다 잦은 원장 교체는 연구 일관성을 훼손할 우려가 크다. 기관장의 실질적인 권한과 재량이 미흡해 기관장에게 부여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2013년 10월부터 `임무중심형 평가체계`로 시스템을 바꿨다. 기존 평가 3등급(우수, 보통, 미흡)에서 매우우수와 매우미흡을 추가해 5등급으로 평가한다. 기관장이 `매우우수`를 받으면 연임할 수 있다. 출연연 관계자는 “규정을 너무 까다롭게 해놔서 연임될 확률이 적다”며 “매우우수를 받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기관장 연임이 까다로워지면서 리더십은 위협받는다. 직원들은 기관장에게 찍혀도 임기인 3년만 버티면 된다고 생각한다. 기관장도 열심히 일을 해도 연임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인식 때문에 기관 운영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는 문제가 있다.
NST는 최근 기관장 임기 연장과 관련해 STEPI를 통해 용역 과제를 수행했다. 책임경영 확보를 위해서는 기관장 임기개선이 필요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NST 관계자는 “연구과제는 끝났지만 임기가 명시된 과기출연기관법을 바꿔야 하는 문제라 부처와 함께 협조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출연연 관계자는 “이와 함께 기관장 파벌형성이나 정치성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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