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1조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세부 투입분야를 내놓으면서 해당 산업계에 투자 활성화 기대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전기차 보급에만 644억원이 지원된다. 자동차업계가 미래연료로 관심을 갖는 수소차 활성화에도 적지만 15억원이 쓰인다.
정부는 국가재정법상 `경기 침체, 대량 실업, 남북 관계 변화, 경제 협력 등과 같은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 추경을 편성할 수 있는 근거를 들어 현재 상황이 `대량 실업 우려` 요건에 해당한다고 보고 11조원 규모 추경안을 내놨다.
송언석 기획재정부 차관은 “조선업 구조조정으로 일시적 실업이 우려되는데 이에 대한 대응으로 추경을 편성하게 됐다”며 “조선업 구조조정, 일자리 중심으로 편성했다”고 설명했다.
이 중 `민생안정 지원` 명목으로 친환경차 부문에 약 720억원을 투입한 것에선 정부의 깊은 고민이 엿보인다. 644억원을 전기차 보급 지원에 사용하고, 급속 충전기 180개, 완속 충전기 2100개를 설치한다. 수소충전소 보급에도 15억원을 쓴다. 노후 경유차 조기 폐차 지원에도 80억원이 배정됐다.
기재부는 “미세먼지 때문에 국민이 많이 고생했다”며 “민생안정에 근접하다고 판단해 계획에 담았다”고 친환경차 집중 지원 배경을 설명했다. 이런 표면적인 이유 외에도 조선·해운 등 중후장대산업 과잉에서 오는 경제적 폐해를 전기차·수소차 등 친환경 산업으로의 산업재편을 통해 극복하자는 취지가 담긴 것으로 평가된다.
관련 친환경차 업계는 기술투자 활성화와 시장 활기 등 후속효과를 기대했다. 전기차업계 관계자는 “테슬라 등 해외 유명 전기차 모델의 한국 출시 이슈 등으로 전기차 보급이 사실상 중단된 상황에서 나온 정부 재정 투입이라 반가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정부안에 대해 편성 목적이 불분명하거나 추경이 너무 잦다는 부정적 의견도 나온다.
우선 1조2000억원을 국가채무 상환에 사용하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한 논란이 크다. 올해 40%를 넘을 것으로 예상했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9.3%로 낮아진다. 하지만 재정건전성 제고가 추경을 활용해야 할 만큼 `급한 불`은 아니라는 평가다. 추경을 국가채무 상환에 사용하는 것은 1999년(6000억원) 이후 처음이다.
또 노후 저수지 정비, 휴관 없는 국립박물관·미술관 운영에 추경을 투입하는 것도 당초 목적과는 크게 어긋난다. 누리과정 편성 재원으로 사용할 수 있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1조9000억원)도 비슷한 지적을 받는다.
정부의 추경 편성이 지나치게 잦다는 주장도 나온다. 2000년 이후 추경을 편성하지 않은 해는 2007년, 2010~2012년, 2014년 다섯 번에 불과하다. 추경 규모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2008년까지는 추경 규모가 10조원을 넘지 않았지만 이후 계속 10조~20조원대를 보였다. 2009년 28조4000억원, 2013년 17조3000억원, 2015년 11조6000억원, 올해 11조원을 기록했다.
기재부는 올해 추경 편성과 관련 “본예산만으로 (정책을 추진) 하는 게 가장 좋지만 불가피한 사유로 추경을 편성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다음달 초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어 정부가 제출한 추경안을 의결한다는 방침을 당론으로 정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