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돌바람`을 1년 반 만에 최고 컴퓨터 바둑 프로그램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하는 데 기여하겠습니다.”
우리나라 프로바둑기사 대표 단체인 한국프로기사회를 이끄는 양건 회장 말이다. 프로기사회는 1956년 설립된 한국기원 소속 프로바둑기사 인적단체다.
프로기사회는 최근 전자신문·누리그림·KT와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개발사업 협력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프로기사회는 기력 향상을 위한 자문역을 맡는다. 한국기원과 사이버오로가 보유한 기보를 돌바람에게 제공한다. 프로기사 대국으로 실력 향상도 지원한다.
AI 바둑 프로그램 개발에 적극 나선 건 알파고와 이세돌 9단 간 대국 이후다. 알파고와 이 9단 대국을 지켜보면서 바둑계에 큰 변화가 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양 회장은 “지금이 바둑계 위기라기보다 오히려 기회”라고 강조했다. 바둑계가 변화하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생각이다.
바둑과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인 우리나라도 알파고 수준의 AI 바둑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다고 봤다. 이미 중국, 일본은 대기업과 연계해 AI 바둑 프로그램 개발에 착수했다.
양 회장은 “돌바람을 고도화해 바둑과 ICT 강국으로서 위상을 높여야 한다”며 “최근 MOU로 발판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MOU로 KT는 알파고 수준 이상의 하드웨어(HW) 자원을 제공한다.
양 회장은 돌바람 고도화는 우리나라 AI 수준을 높이는 결과도 가져다준다고 기대했다. AI 연구와 테스트에 바둑이 적합하다는 것이다.
양 회장은 “알파고는 학습되지 못한 상황에서 예상하지 못한 실수를 했다”며 “원인을 분석하면 AI 신경망 역할을 찾는 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프로바둑기사도 AI 바둑 프로그램으로 실력을 향상 시킨다.
양 회장은 임기 중 해결하고 싶은 과제가 또 있다. 젊은 바둑 팬 확보다. 양 회장은 “과거에 비해 바둑을 좋아하는 젊은 사람이 많이 줄었다”며 “젊은 팬과 소통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아프리카TV 등에서 활약하는 프로기사 출신 바둑 방송진행자(BJ)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바둑BJ가 온라인으로 젊은 팬과 소통해 바둑을 즐기는 문화를 만들겠다는 의지다.
어린이 바둑 교육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양 회장은 “모두가 프로기사가 될 필요는 없다”며 “즐거운 마음으로 바둑을 즐기는 교육이 됐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바둑을 즐기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양 회장 목표다. 바둑 저변은 자연스럽게 확대된다고 믿는다.
구단주 형태 바둑리그도 추진한다. 리그 도입으로 바둑을 인기 스포츠로 자리매김 시키겠다는 의지다.
양 회장은 “리그제가 도입되면 세계 바둑계에서 한국기사 경쟁력 강화와 팬 확대, 프로기사의 다양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신혜권 SW/IT서비스 전문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