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 마른` 초기 바이오 기업 투자, 숨통 트이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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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바이오 기업 투자 유치에 숨통이 트인다. 기술력 있는 초기 바이오 기업 등장과 인식 전환, 안정된 투자자금 회수 등 삼박자가 갖춰지며 자금이 몰리기 시작했다.

24일 정부와 투자 업계에 따르면 초기 바이오 기업을 대상으로 한 정부 지원과 벤처캐피털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 상장사 등 자금 회수가 안정된 기업을 중심으로 이뤄지던 투자가 성장 잠재력에 기반을 둔 초기 기업에까지 확산된다.

7월 현재 바이오산업 투자금액은 총 4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벤처캐피털이 초기 및 비상장 바이오 기업에 투자한 금액은 약 400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창업 3년 이하 초기기업 투자금액이 385억원임을 고려할 때 상반기에 지난해 수치를 넘어섰다. 올해 정부, 기업 할 것 없이 초기 바이오 기업을 위한 전용 펀드를 대폭 조성한 덕분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5월 3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 초기 바이오 기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산업부가 100억원을 출자하고 민간 자금을 최소 200억원 유치한다. 조성된 펀드 가운데 최대 50%는 초기 바이오 기업에 대한 투자를 의무로 해야 한다. 투자는 9월부터 이뤄진다.

유망 바이오 기업 발굴 경쟁이 치열한 벤처캐피털 업계도 마찬가지다. 인터베스트, KB인베스트먼트 등은 초기 바이오 기업 전용 펀드를 조성하거나 관련 투자를 대폭 늘렸다. 한미약품은 유망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회사까지 설립했다.

인터베스트가 결성한 370억원 규모의 `바이오헬스케어펀드`는 성장 잠재력이 큰 초기 바이오 기업이 투자 대상이다. 과학기술인공제회, 지오아이에스 등 7개 기업이 참여했다. 펀드가 만들어진 지 한 달밖에 안됐지만 80억원 규모의 투자가 완료됐다. 루닛(영상정보), 힐세리온(의료기기), 디게이트(의료기기) 등이 대표 기업이다.

KB인베스트먼트도 올해 상반기에만 브릿지바이오 등 초기 바이오 기업에 60억원을 투자했다. 지난 한 해 투자금액은 40억원이다. 올해 전체로는 지난해보다 갑절 이상 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

초기 바이오 기업 전문 펀드 결성도 내부 검토를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300억원을 출자하고 KB인베스트먼트 등 10개 금융사가 1200억원을 투자해 만든 국내 최대 바이오·헬스케어 펀드도 초기 바이오 기업 투자를 시도한다. 목표는 검증된 바이오 기업 해외 진출이지만 조인트 벤처 등으로 투자 유치에 나선 초기 기업도 투자 대상에 포함시킨다.

신정섭 KB인베스트먼트 이사는 “원래 불확실성 우려로 초기 기업 투자가 어려웠지만 지난해부터 기술력을 갖춘 초기 기업이 등장하고 상업화나 상장 등 눈에 띄는 성과를 빠르게 거두면서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면서 “장기 차원으로 초기 바이오 기업 투자 강화 전략으로 전용 펀드 구성을 검토한다”고 전했다.

2015년 국내 산업별 초기 기업 투자 비중
2015년 국내 산업별 초기 기업 투자 비중

지난해 초기 바이오 기업은 투자 받기가 `하늘에 별 따기`와 같았다. 벤처캐피털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바이오·의료 부문의 국내 벤처캐피털 총 투자는 3170억원이다. 이 가운데 창업 3년 이하 초기기업 투자는 전체 12.1%인 385억원에 불과했다. 게임(57.5%), 영상·공연·음반(49.4%), ICT(36.5%), 유통·서비스(34.4%)와 비교해 최고 4배 이상 차이가 난다.

중장기 기업에 쏠리던 투자가 초기 기업으로 확대된 것은 바이오산업에 대한 인식 전환과 기술 발전, 자금 회수 가능성 제고 등 때문이다. 기술성 평가 등으로 초기 기업도 상장 길이 열리면서 투자자금 회수도 용이해졌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전무는 “기업이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교육, 네트워킹, 설비 등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창업부터 상업화, 해외 진출까지 모두 지원하는 바이오 캠프를 구축해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