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분야 온·오프라인 연계(O2O) 시장이 침체다. 각종 규제로 인한 서비스 제한, 병원의 보수적인 경영방침 등으로 산업 태동이 늦어진다.
24일 의료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의료 O2O 서비스가 출시됐지만, 저변 확대에 어려움을 겪는다. 환자 편의성을 높이고 의료비 절감을 위해 병원이 O2O 사업 활성화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다.
O2O서비스는 택시, 배달, 부동산, 주차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산된다. 지난해 15조원에 달했던 국내 O2O시장 규모는 2년 내 300조원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의료는 O2O사업이 성장 가능성이 높은 곳 중 하나다. 접수부터 진료, 치료, 처방 등 대부분 과정이 오프라인에서 이뤄진다. 예약까지 오프라인에서 하는 경우도 있다. 그만큼 온라인 서비스에 대한 요구가 높다.
국내에서도 병원 위치, 예약, 건강 콘텐츠 등을 제공하는 O2O 서비스가 있다. 2012년 출시한 `굿닥`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공하는 공공데이터를 활용했다. 사용자 위치를 기반으로 병원, 약국 정보를 제공한다. 24시간 응급진료, 야간진료 등 상황에 맞는 병원 검색과 증상별 전문병원 검색도 가능하다.
지난해 출시한 비브로스의 `똑닥`도 테마별 병원 찾기와 의료 콘텐츠 제공을 기본으로 한다. 전문의 검수로 신뢰도를 높인 건강, 미용, 질병 정보를 제공한다. 의료정보산업에 노하우가 깊은 비트컴퓨터와 협력해 전국 병·의원 네트워크를 활용한다.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사용자 맞춤형 콘텐츠 제공 시스템도 구축한다.
그럼에도 의료 O2O 서비스 시장 확산은 더디다. 가장 큰 장벽은 원격진료 규제다. 원격진료는 온라인으로 환자를 진료하는 것으로 대표적 O2O 사례다. 국내에서는 의사-환자간 원격진료를 금지한다. 단순 건강정보 제공 외에 진료나 치료를 목적으로 한 O2O 서비스가 나올 수 없는 이유다. 실제 분당서울대병원은 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관리하는 온라인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했지만, 국내에서 활용할 수 없어 중국에 우선 출시한다.
지난달 복지부는 의사·환자간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20대 국회에서 통과될지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병원정보나 콘텐츠 제공 등 민감하지 않은 비급여 분야는 O2O서비스가 가능하지만, 보험이나 질병 치료와 관련한 영역은 제도적 장벽과 신뢰도 문제로 접근하기 어렵다”며 “당분간 비급여 부문만 서비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고객과 정보를 가진 병원이 미온적이다. 많은 환자가 대형 병원에 몰리면서 발생하는 주차, 접수, 낮은 수가의 만성질환 진료 등은 적지 않은 부담이다. 환자가 한번 진료 받기 위해 긴 대기시간을 거쳐 접수를 하고, 며칠 후 다시 방문해 진료를 받는 등 불편이 크다.
이철희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는 “의료 O2O 서비스가 느린 이유는 의료서비스를 오프라인에서만 가능하게 한 규제와 병원의 무관심 때문”이라며 “규제를 고려할 때 진료가 아니더라도 주차나 체혈 등 법적 제약이 없는 분야부터 병원이 자체적으로 혹은 서비스 기업을 통해 O2O 사업을 시작한다면 비용절감과 환자 편의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산업은 소비자 요구사항에 맞춘 맞춤형 서비스로 진화한다”며 “의료도 소비자가 원하는 방향대로 오프라인의 불편함을 해소하는 O2O 서비스가 확대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