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팀이 항암제를 넣은 암 치료용 면역세포 기반 `마이크로 로봇`을 개발했다.
박석호 전남대 교수 연구팀은 항암제를 넣은 대식세포를 이동시켜 고형암을 추적·치료할 수 있는 직경 약 20마이크로미터(㎛) 크기 의료용 마이크로 로봇을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고형암은 일정한 형태와 모양을 갖춘 장기인 고형장기에 발생하는 암으로 대장암, 유방암, 위암, 간암, 췌장암 등이 있다. 대식세포는 면역세포로 동물 체내 모든 조직에서 면역을 담당하며 세포에 침입한 세균을 잡아먹는다.
암 치료시 생체에 적용하려면 안전하고 종양부위에 정확하고 충분히 전달될 수 있는 약물 전달체 개발이 필요하다.
그동안 고형암 치료에는 종양조직에 오래 잔류하는 나노파티클(NPs)을 사용한 약물 전달체를 혈관에 침투시켜 종양조직을 죽이는 방법을 사용했다. 나노파티클은 항암제 전달을 위해 생체 에 적합한 폴리머 등으로 항암제를 코팅한 나노 구조체다.
나노파티클은 혈관을 따라 약물을 전달하지만 능동적이고 효율적인 전달이 어렵다. 종양은 성장 속도가 빠른 암세포 특성에 따라 급속도로 커진다. 혈관 형성 속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해 약물 전달의 주요 표적인 종양 중심부에 혈관이 미처 형성되지 못했다.
나노파티클 크기를 적당하게 만드는 것도 어려웠다. 크기가 너무 작으면 신장, 간 등에서 소화돼 체외로 배출된다. 너무 크면 백혈구, NK(Natural killer) 세포 등에 제거된다.
연구팀은 동물 유래의 대식세포를 기반으로 한 마이크로 로봇을 개발해 기존 나노파티클을 이용한 약물전달 체계와 면역 세포의 치료 방식을 극복했다.
대식세포에 항암제와 자성체, 폴리머로 구성된 나노파티클을 탑재해 마이크로 로봇을 제작했다. 대식세포 안에 들어간 자성체인 MNP와 약물이 다시 밖으로 방출되기 전에 대식세포기반 마이크로 로봇을 외부 자기장을 이용해 종양조직 부위로 옮겨 암 조직에 약물을 방출하도록 유도했다.
마이크로 로봇은 산화철(Fe3O4)을 탑재해 외부 자기장에 따라 능동적으로 종양 주변부까지 표적이 가능하다. 또 암을 죽이는 성향을 가진 대식세포를 기반으로 하므로 종양 중심부를 표적할 수 있다.
그 결과 항암제를 탑재한 대식세포기반 마이크로 로봇은 대식세포나 자성체만 탑재한 대식세포보다 월등한 암세포 사멸효능을 보였다.
박석호 교수는 “면역세포를 이용한 방식은 인체에 거부반응이 없어 향후 자기장 구동기술과 결합돼 더 진보한 항암 치료제 기술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세계 3대 학술지 네이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6월 27일자로 게재됐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