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의학 난제인 `암`은 아직도 원인과 해결책을 규명한 게 거의 없다. 같은 암이라도 세포 종류가 다르고, 발병 원인도 환자마다 달라 표준화된 치료도 어렵다. 암 치료 새 지평을 연 것이 유전체 분석이다. 개인 유전체를 분석해 표적항암제를 찾아 투여한다면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문제가 되는 약물 부작용도 줄여 암 치료의 미래로 주목받는다.
서울아산병원은 다양한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맞춤형 암 치료`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글로벌 의료기관과 손잡고 암 분야 정밀의학 구현에 투자를 지속한다. 유전체 빅데이터를 활용해 `질병 지도`를 만들어 치료를 넘어 예방까지 실현하겠다는 목표다.
서울아산병원 유전체맞춤암치료센터는 2012년 만들어진 국내 최초 맞춤형 암센터다. 폐암, 대장암, 위암, 유방암, 담도암 등 대부분 암에 대해 유전체 분석 검사를 실시한다. 축적된 유전체 데이터는 데이터베이스(DB)화해 맞춤형 암 치료 임상에 적용한다.
맞춤형 암 치료를 선도하는 이유는 `데이터`에 있다. 서울아산병원 암병원은 712병상으로 국내 최대 규모다. 수술실적은 2013년 1만7467건에서 지난해 1만8815건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한다. 암 치료 분야 세계 1위인 엠디앤더슨 암센터가 631병상 규모에 연간 8656건을 시행하는 것과 비교하면 서울아산병원 암 수술 실적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풍부한 수술과 치료 경험은 자연스럽게 많은 임상 데이터를 축적한다. 환자마다 각기 다른 증상을 보이는 암 치료 특성상, 다양한 데이터는 `개인별 맞춤 치료` 토대가 된다.
유전체 분석으로 `질병 세부 지도` 전기를 마련한 것 역시 정밀의학 성과로 꼽힌다. 한범 융합의학과 교수는 하버드 의대 연구진과 함께 유전체 빅데이터 분석으로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찾고 생물학적 기전, 치료법 등 세부 특성에 따라 질병을 소분류로 구분하는 의학통계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한 질병 안에는 여러 소분류가 존재하고 생물학적 기전, 예후, 반응정도 등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현재까지는 질병별 어떤 소분류가 존재하는지 밝혀지지 않았다. 알고리즘 개발로 유전자 사이 양성 상관계수를 측정하는 작업을 반복해 전체 질병 지도를 그리고, 알려지지 않은 질병 소분류를 파악할 수 있게 됐다.
한범 교수는 “그동안 의료계에서도 질병에 대한 전통적 분류가 맞는지 이견이 많았지만, 어느 누구도 확답을 내리지 못했다”며 “단순히 현상만 보고 판단했던 진단법이 유전자를 분석하면서 새로운 분류, 치료법을 제시할 수 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CCP 음성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 유전체 정보를 분석한 결과 3분의 1이 CCP 양성류마트스 관절염과 유사했다. CCP 음성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 치료법 제시가 가시화된다. 즉 질병 간 유전적 유사성을 찾아내 기존 사용하는 치료제를 다른 질병을 고치는데 사용할 수 있다. 나아가 질병 소분류를 파악해 발병 원인, 질병 간 상관관계 등을 조합함으로써 `질병 지도`까지 작성한다.
한 교수는 “류마티스 관절염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바탕으로 추후 남여 사이 유전체 특성에 따른 유병률 차이를 연구할 계획”이라며 “암, 희귀질환 등 유전체 분석이 반드시 필요한 영역을 대상으로 국내에서도 활발한 연구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