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D프린팅, Comming soon]4D프린팅, 상상이 현실이 되다

레고처럼 작은 블록들이 스스로 조립해 집이 된다. 몸 안에 넣은 작은 보형물이 인공장기로 변해 인간 생명을 연장한다. 종이처럼 펼쳐 놓은 금속이 움직여 로봇이 된다. 사물에 생명이 부여되는 것이다. 다름 아닌 4D프린팅으로 달라질 세상이다.

구글 트렌드에 등장한 `4D프린팅`.
구글 트렌드에 등장한 `4D프린팅`.

구글트렌드에 따르면 4D프린팅은 2012년 3분기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후 2013년 4월 `4D 프린팅 출현(The emergence of `4D printing`)`이라는 제목의 TED 동영상이 인기를 얻으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스카일러 티비츠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가 강연했다. 이 강연은 누적조회 수 200만회를 훌쩍 넘겼다. 27개국 언어로 번역돼 소개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3D프린팅에 움직임을 더하다

4D프린팅은 간단히 시간이나 주변 환경에 따라 스스로 모양을 바꾸는 물건을 제작하는 기술이다. 근간은 3D프린팅이다. 자가 조립이나 변형이 가능한 소재를 3D프린터로 찍어내는 것이다. 3D프린팅이 컴퓨터가 인식한 형상 그대로 만들어 낸다면 4D프린팅은 여기에 움직임을 더했다.

아직 3D프린팅 보급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4D프린팅이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3D프린터보다 큰 물체도 자가 조립으로 찍어내거나 특정 상황에서 원하는 대로 모습을 바꾸는 게 가능해진다. 프린터로 출력한 결과물이 완성이 아닌 밑그림인 셈이다. 해당 결과물은 온도나 진동, 마찰 등 주변 환경 변화에 자극을 받아 모습을 바꾼다.

미국 MIT 자가조립연구소는 지난해말 세계 최초로 4D프린터로 신발을 만들어냈다. 티비츠라는 물질로 만든 이 신발은 원래 평면 형태지만 스스로 신발 모양을 갖춰간다. 조깅할 때는 발바닥에 가해지는 압력으로 신발이 수축하고, 편안하게 걸을 때는 늘어난다.

◇핵심은 소재와 설계

결국 4D프린팅 핵심은 소재와 설계다. 3D프린팅은 기본이다.

지난 2004년 미국 국방과학연구소(DARPA)가 4D프린팅 관련 기술인 프로그래밍 가능 물질 개발에 나선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4D프린팅에 있어 형상기억합금이나 형상기억폴리머섬유 등 부품소재 기술 융합이 필요한 이유다.

4D프린팅은 한동안 소재 개발에 초점을 두고 연구개발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히 플라스틱 수지로 기존 3D프린터를 활용하려는 것을 넘어 금속이나 유리, 목재 등 다양한 재료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MIT에서 목재와 고무 등을 이용해 자가 변형하는 물체를 제작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재료 다양화와 기존 재료 이용이 중요하다.

분산 모듈러 로봇을 이용한 자가조립 기술은 아직 갈 길이 멀다. 현재 센티미터 단위 크기보다 작은 마이크로미터까지 작아져야 한다. 일종의 스마트더스트(smart dust)다. 성공만 하면 가능성은 무한하다.

3D프린팅은 단순히 출력한 결과물 값만 설정하면 되지만 4D프린팅은 완성물을 기반으로 밑그림을 유추해야 하는 게 어려운 점이다. 특정 조건에서 변하는 모양을 미리 정할 수도 있다. 환경 변화에 따른 소재의 변화 정도 등을 정확히 예상하는 게 관건이다. 물론 설계 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 MIT가 오토데스크와 협력하는 이유기도 하다.

◇활용 가능성 무궁무진

설계를 통해 출력물 변환 정도를 통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4D프린팅 활용 분야는 무궁무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드마켓에 따르면 4D프린팅 시장은 2019년 6300만달러에서 2025년에는 5억5560만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6년 만에 9배 가까이 성장하는 셈이다.

한국과학기술정보원은 4D프린팅 등장에 따라 스스로 조립하고 변하는 스마트소재 제품 생산이 가능해지면서 노동집약적인 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우주와 같은 새로운 극한 환경에서 더욱 유용한 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3D프린팅 출력물 크기 한계로 적용하는 데 제한적이었던 건축 분야에도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의학 분야에서도 4D프린팅이 주목받고 있다. 4D 프린팅을 활용하면 몸에 특정 물체를 삽입할 때 해당 부위를 절개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인공조직을 일정 시간이 지난 뒤 커지도록 설계하고 작게 인쇄해 삽입하면 된다.

예를 들어 3D프린팅으로 인공뼈를 직접 제작하기보다 4D프린팅을 활용해 원하는 부위에 접합하면 되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14년 존스홉킨스대는 인체에서 스스로 조립해 암세포를 치료하는 마이크로 로봇을 개발했다고 발표한 적도 있다.

◇4D프린팅은 블루오션, 선점이 중요

현재 4D프린팅 연구가 가장 활발한 곳은 미국이다. 각 대학과 연구소를 중심으로 4D프린팅 소재와 활용방안 등을 연구 중이다. 우주항공과 국방 분야에 접목하기 위한 연구 비중이 높다. 유럽과 호주 등지에서도 4D프린팅 연구에 착수했지만 기간이 짧아 시제품 제작 정도에 그친다.

논문발표에 비해 특허출원이 적다는 점도 시장 전망을 밝게 한다. 미국에서도 기업 참여가 적은 지금 이때가 국내 기업이 기술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라고 과학기술정보원은 설명했다.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4D프린팅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창선 성장기업부(구로/성수/인천) 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