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연계 개인간(P2P)대출업체와 금융당국이 영업개시 속도를 두고 온도차를 드러내고 있다. 금융당국은 기존에 없던 시중은행 연계 P2P 모델을 두고 신중론을 보이는 반면, 일부에서는 핀테크업체들이 영업시작까지 1년 넘게 기다리는 등 금융당국이 핀테크 활성화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P2P업체 써티컷(30CUT)은 농협은행과 손잡고 대환대출 서비스를 출시하려는 중이지만 금융감독원 약관심사에서 막히며 출시가 예정보다 늦어지고 있다.
써티컷이 출시하려는 NH-30CUT론은 신용카드대출(카드론, 현금서비스, 리볼빙) 사용 고객을 대상으로 기존 대출 이자를 30% 인하해 농협은행 대출로 대환해주는 대출상품이다.
불특정 다수로부터 모은 투자금을 빌려주는 일반 P2P 대출 중개업과는 다르게 기관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은 기관투자자 자금 조달 부분을 문제 삼고 있다. 기존에 P2P업체들이 해오지 않은 방식으로 기관투자자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단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 A씨는 “은행과 연계한 P2P업체가 개인 투자자가 아닌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영업모델을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기관투자자는 소관법령이 있기 때문에 금감원 해당 부서에서 적법한 투자자인지 등 세밀하게 들여다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공평저축은행·세종저축은행이 써티컷의 최초 기관투자자로 참여할 예정이다. 저축은행을 시작으로 코스닥 상장사, 캐피털사 등 다양한 기관투자자가 참여할 것이라는 게 써티컷의 설명이다.
금감원은 특히 기관투자자로 저축은행이 참여하는 데 대해서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 B씨는 “저축은행법에 따라 저축은행이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이 정해져 있고 특히 저축은행에 대한 규제는 보수적이고 엄격한 편”이라며 “해당 저축은행도 법률자문을 추가로 받고 있고 나중에 문제 될 소지가 없도록 돌다리도 두들겨 보자는 심정으로 시간이 걸릴지라도 차분히 검토하자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핀테크업체들은 시장을 선점하려면 일분일초가 아까운 상황에서 금융당국과 속도차가 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써티컷은 당초 6월 말부터 신용카드 대환대출상품을 출시하려 했지만 금감원에서 법적인 근거를 받아오라며 약관심사가 차일피일 늦어졌다.
게다가 금감원은 “6월 국회 업무보고를 준비하느라 일일이 핀테크 업체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써티컷 관계자는 “6월 말 서비스 시작이 될 것으로 보고 사전 대출희망자를 모집하고 홍보를 다 한 상황에서 약관심사가 계속 미뤄지니 금감원 입만 바라보느라 목이 빠질 지경”이라며 “사전 대출신청자들이 영업시작이 미뤄지니 사기꾼 업체 아니냐고 물어올 때마다 속이 탄다”고 하소연했다.
이전에 전북은행과 연계영업하는 P2P업체 `피플펀드`가 금융당국 승인을 받기까지 1년여 시간이 걸리면서, 당시 금융당국이 핀테크업체 발목을 잡는다는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사전 규제에서 사후 규제로 전환하겠다는 금융당국의 의지와 달리, 여전히 현장에서 영업개시도 못하고 있는 P2P업체가 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P2P시장이 커지면서 금융당국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등 종전보다 P2P업계를 깐깐하게 보면서 규제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며 “핀테크 시장 활성화를 위해선 시장진입을 막는 포지티브 규제(할 수 있는 사항만 적시)에서 네거티브 규제(안 되는 사항만 적시)로 전환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지혜 금융산업/금융IT 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