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2016 UN 전자정부 평가`에서 세계 3위를 기록했다. 4연패를 이루지 못했지만 세계 최고 수준임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전자정부가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외부 평가에 연연하지 말고 우리만의 발전 전략을 만들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자신문은 UN 전자정부 평가 발표에 맞춰 `미래 한국 전자정부`를 주제로 전문가 좌담회를 개최했다.
▲참석자(가나다 순)
△박진국 LG CNS 금융·공공사업부장(전무)
△서병조 한국정보화진흥원장
△안문석 전자정부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고려대 명예교수)
△이인재 행정자치부 전자정부국장
※사회=윤대원 전자신문 SW콘텐츠부장
◇사회(윤대원 전자신문 부장)=UN 전자정부 평가 결과를 놓고 아쉬움이 남지만 평가 순위에 연연하기 보다는 우리만의 전자정부 전략을 다듬어 앞으로 발전을 이어가야 한다는 주문이 많다. 먼저 우리 전자정부 현 주소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궁금하다.
◇안문석(전자정부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한국은 이미 지난 3회 평가에서 연속 1위에 오르는 대단한 성과를 거뒀다. 정부, 민간, 연구기관, 학계 등 다양한 분야가 협업해 노력한 결과다.
이제 중요한 것은 앞으로 어떤 자세를 가질 것인가다. 평가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향후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1등 신드롬`이 있다. 성공한 사람은 변화에 둔하다. 세상이 변해도 늦게 대응한다. 전자정부 평가에서 6년 넘게 1등하니 이대로 가면 되는 것 아닌가 잘못 판단할 수 있다. 규제와 환경이 달라지니 전자정부 정책도 바뀌어야 한다. 이제는 평가 등수를 생각하기 보다는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고, 국민 수요에 맞는 전자정부 정책을 만들어야 할 때다.
◇서병조(한국정보화진흥원장)=우리 전자정부 발전은 굉장한 업적이다. 늘 접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여기지만 대단한 일이다. 민원24, 전자조달, 전자통관 등 인터넷 기반 대국민 온라인 서비스가 활성화됐다. 온나라, 행정정보 공동이용, 디브레인 등 단위 행정업무도 정보화됐다.
하지만 인공지능 등 지능정보기술 확산과 제4차 산업혁명 도래에 따른 거대한 변화가 몰려오고 있다. 변화 속도와 국가사회에 미치는 파급력 등을 고려하면 보다 신속하고 전략적인 대응과 준비가 필요하다. 전자정부 후발국가 중심 국제협력과 수출에서 벗어나 선진국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전자정부 글로벌 리더십을 확대해야 한다.
◇박진국(LG CNS 전무)=`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라는 목표 아래 국가 차원 정보화를 어느 나라보다 강력하게 추진했다. 지난 UN 전자정부 평가에서 3회 연속 1위를 차지한 성과는 높이 평가할만하다. 해외 출장을 가면 가장 부러워하는 것이 우리의 전자정부다. 한국을 방문하는 해외 공무원이 놀라는 것도 전자정부다. 전자정부는 국내 정보기술(IT)기업이 급성장하는 계기도 됐다. 업계 모두 글로벌기업이 되고자 노력했다. IT서비스기업이라는 용어를 만들며 성장했다.
아쉬운 것은 외부 평가에 안주해 새로운 모멘텀을 만들지 못한 점이다. 국가적 신성장 산업으로 발전시켜 해외 진출과 부가 산업 개발 등으로 이어갔어야 한다. 국가 전자정부 시스템 측면에서 할 일이 많다. 처음 UN 평가 1위를 차지한 2010년 이후 정부 디지털 전략에 대한 집중·장기적 투자와 신기술 도입 등이 지속적으로 수반됐는지 되돌아볼 시점이다.
◇사회=우리 전자정부가 눈부신 발전을 이뤘지만 발전궤도에 접어든 후에는 국가 차원 관심과 지원이 줄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바라보는 한국 전자정부는 어떤가.
◇이인재(행정자치부 전자정부국장)=한국 전자정부는 오랜 기간 내부행정 효율화와 대국민 온라인서비스 기본을 다졌다. 박근혜정부 들어서는 정부3.0으로 대변되는 행정 혁신의 핵심 수단이 됐다.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았다.
다만 전자정부 분야에서 다른 나라 평판에 연연한 측면이 없지 않다. 이제 국제사회가 한국을 확고한 전자정부 선도국으로 인정한다. 국제기구 등수 차이에 일일이 신경 쓸 시기는 지났다고 생각한다. 국민 행복이라는 본질에 집중하면 UN 평가 같은 것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전자정부 사업을 본격화한 지 15년 이상 지나다보니 어느 정도 인프라가 구축됐다. 각 부처가 개별 사업도 많이 한다. 자연스레 공통적인 지원 사업이 줄어든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패러다임을 바꾸자는 얘기가 나온 것이다. 정부3.0을 생각하면 현 정부 들어서 전자정부 사업이 줄어든 게 아니다. 전자정부 기능과 역할은 오히려 더 커졌다.
◇사회=전자정부 수출을 살펴보자. 지난해 사상 처음 전자정부 수출 5억달러를 돌파했지만 성장률은 떨어지는 추세다. 업계 현장에서는 어떻게 보고 있나.
◇박진국=전자정부 수출은 행정 수출이 선행돼야 한다. 나라마다 행정시스템과 프로세스가 다르다. 우리 전자정부 수출은 대부분 공적개발원조(ODA) 자금을 통해 이뤄졌다. 최근 몇 년간 국내 ODA 자금 공공행정 분야 비중이 낮아졌다. 2012년 13%에서 2014년 7%로 떨어졌다. ODA를 국제공헌만으로 보지 말고 우리 국익을 생각하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성장률 둔화 원인은 대기업 수출 정체 때문이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대기업 전자정부 수출액은 3억달러를 조금 넘는 수준에 머물렀다. 다시 말해 대기업 수출은 정체됐지만 중소·중견기업 수출 증가로 전체 수출액이 늘어난 것이다. 성장률을 다시 올리기 위해서는 대기업 수출 증대가 수반돼야 한다.
대기업 수출 정체 원인은 무엇인가. 국내 전자정부사업 참여 기회가 줄어들었다. 기업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사업 다각화를 추진했다. 전자정부 사업은 특화 분야 중심으로 축소했다.
정부에 건의할 것은 선택과 집중이다. LG CNS가 우즈베키스탄에 합작사를 설립했는데 지금 당장이 아닌 10년 후를 보고 결정했다. 우리가 현지 정부 마스터플랜 수립도 돕는다. 부처도 범 부처 차원에서 지원하고, 그러면 중소기업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이런 사례가 하나둘 만들어져야 한다.
◇안문석=전자정부는 수출만으로는 이익 남기기 힘들다. 정부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차원으로 진행해야 한다. 국가 차원에서 지원해야 이익이 남는다. 시스템 구축 하나만 보면 원조자금 지원하는 것으로 끝난다.
◇이인재=정부는 전자정부 수출 진흥을 위한 3개년 계획을 수립했다. 관계부처·유관기관과 수출기업이 모인 `전자정부 수출진흥협의회`를 만들었다. 권역별 전자정부 수출 전진기지를 확대 구축한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통합 제공하는 온·오프라인 창구도 개설한다. `지한파` 외국공무원, 해외 파견 전문관을 활용하는 등 다양한 지원방안을 추진 중이다. 지난 5년간 우리가 초청한 외국 공무원이 1392명에 달한다. 이들이 지한파가 될 것이다.
◇사회=전자정부 정책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거버넌스, 정책추진체계다. 전자정부 지속 발전과 협업 강화를 위한 바람직한 추진체계는 무엇인가.
◇안문석=전자정부는 행정개혁 패러다임을 구체화하는 수단이다. 단순히 오프라인을 온라인으로 옮기는 것이 아니다. 박근혜정부 들어 정부3.0 정책이 나왔는데 이를 구체화하려면 전자정부가 필요하다. 그간 연결고리가 미흡했는데 지난 4월 `전자정부추진위원회`가 만들어졌다. 둘이 같이 가야 한다.
전자정부추진위는 `컨트롤타워` 측면에서 필요한 기구다. 각 부처가 행정 혁신과 능률 향상을 위해 진행했던 것은 그대로 하면 된다. 다부처 업무 또는 한 부처가 할 수 없는 일은 중앙에서 관리가 요구된다. 새로운 기술과 국민요구를 맞추는데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전자정부는 기술, 법, 제도, 관행이 합쳐지는 `종합예술`이다. 미래창조과학부 기술과 행자부 제도 기능만으로는 안 된다. 여러 부처가 협조해 시너지를 내야 한다. 전자정부추진위에 다양한 부처가 참여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다만 추진위가 자문회의인지, 행정위원회인지 애매하다는 점은 풀어야할 숙제다. 자문 보다는 행정위로서 (전자정부를) 추진하는 기능을 가지면 좋겠다.
◇서병조=새로운 전자정부 추진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유관 위원회와 연계·협업이 중요하다. 산업 융합·활성화와 국가정보화를 담당하는 `정보통신전략위원회`, 정부3.0을 추진하는 `정부3.0추진위원회`, 데이터를 관장하는 `공공데이터전략위원회`, 안전한 개인정보 유통을 책임지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과 정책을 공유하고 공동 추진하는 등 협업을 강화해야 한다.
전자정부 정책에 민간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서비스 수요를 수용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민간과 협력해야 한다. 정부 단독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사회문제가 늘어났다. 정부가 모든 서비스를 기획·생산·제공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민간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사회적으로 생산·전달·활용하는 방식을 병행해야 한다. 민관이 참여한 `전자정부 민관협력포럼`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사회=전자정부 발전을 위해서는 정부뿐 아니라 산업계 역할도 중요하다. 업계 입장에서 정부에 바라는 부분은 무엇인가.
◇박진국=지난달 정부가 서비스경제발전전략을 내놓으면서 전자정부시스템 수출 증대를 위해 대기업 참여 가능한 예외사업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밝힌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세계 최고 전자정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술 추세에 맞춰 신규 수요를 창출, 기업이 새로운 전자정부 서비스를 개발할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기업은 경험을 토대로 또다시 훌륭한 제품을 만들어 세계 시장에 도전한다.
정부가 여러 고민을 하지만 소프트웨어(SW) 제값받기와 적절한 유지보수 비용 지불이 필요하다. 정부, 대기업, 중소기업이 각각 잘 할 수 있는 역할에 따라 서로 시너지를 내는 공정한 거래 환경도 정착시켜야 한다.
정부기관이 전자정부 사업 발굴 목적으로 벌이는 `프리 세일즈` 성과를 구체화하는 노력도 요구된다. 기업 입장에서 많은 도움을 받지만 최종 사업으로 연결되는 일이 많지 않다. 초기부터 관련 업체와 상호 협력한다면 사업화 가능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
◇사회=상반기 `알파고 열풍` 이후 인공지능 활용에 관심이 많다. 인공지능을 비롯해 새로운 기술을 반영한 미래 전자정부 모습을 그려본다면.
◇서병조=인공지능은 우리 전자정부를 획기적으로 바꿀 것이다. 시공간은 물론 공공 정보자원 제약에서 벗어나 국민 요구에 즉시 대응하는 통합된 개인 맞춤형 서비스로 발전할 것이다. 가령 퇴직예정자 나이·성별·직업 등을 자동 식별해 가장 적합한 정부서비스를 안내한다. 재난대해·보건·치안 등에 대응하는 지능형 의사결정체계가 구현된다. 행정 예측 가능성과 적시·대응성이 높아진다.
인공지능 기반 미래 전자정부를 구현하려면 먼저 정부가 신규 공공서비스를 발굴,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 SW 투자를 늘려야 한다. 지능정보기술 핵심인 데이터가 생성·유통되는 제도·기술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앞으로 전자정부는 두 가지 과제와 대면한다. 인공지능 등 신기술을 어떻게 활용해 국민을 행복하게 할 것인가. 다른 하나는 이 과정에서 나타날 리스크와 역기능을 어떻게 막고 대처할 것인가다. 최신 기술을 정부가 활용하는 것은 기본이다. 선택 사항이 아니다.
◇안문석=1970년대 초 국내 미래학자가 모여 2000년 모습을 전망했다. 정보화사회를 예측했는데 그대로 됐다. 가장 정확한 미래 예측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담론의 장을 만들어 이러한 논의를 활성화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기술이다.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클라우드, 인공지능이 전자정부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신기술이 등장하면 국민이 정부에 요구하는 것도 달라진다. 정부가 맞춰야 한다.
저성장, 고용 없는 성장 문제가 많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미래 정부는 국민 행복을 최대화하는 쪽으로 가야한다.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그런 점에서 미래 전자정부의 중요한 동인은 스마트시티다. 우리나라는 스마트시티가 전자정부 정책과 별도로 진행되는데 스마트시티 콘텐츠는 결국 전자정부다. 스마트시티를 전자정부 구상에 포함시켜야 한다.
◇박진국=스마트시티는 전자정부에서 매우 중요한 분야다. 일본이 `아베노믹스` 추진하면서 전자정부에 많은 예산을 투입했다. 주요 콘셉트가 스마트시티다. 교통·행정·의료·에너지·안전까지 포괄적으로 아우른다. 스마트시티는 곧 스마트거버넌트로 이어진다.
◇사회=정부는 인공지능을 비롯한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고자 `전자정부 2020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핵심 비전과 전략이 무엇인가.
◇이인재=지능정보기술을 행정서비스에 접목해 사회 현안을 해결하는 지능형 행정을 실현할 계획이다. 국민이 원하는 서비스를 직접 설계·구현하는 환경을 구축한다. 정부서비스 신청·열람에서 발급(제출)까지 모든 것을 모바일에서 구현하는 체계를 2018년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신기술 도입으로 산업 육성을 지원하고, 수출 유망 전자정부상품을 발굴해 경제활성화에 기여한다. 데이터를 정교하게 만들고 표준화해 행정에 활용한다. 데이터 기반(data-driven) 행정이다.
국제사회에 기여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UN전자정부 평가에서 3연속 1위를 차지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해외에 나가면 현지 관계자들 모두 우리 전자정부를 높게 평가한다. 관심이 높다. 한국 전자정부가 쌓은 지식과 경험을 국제사회와 공유해야 한다. 전자정부 선도국 책임을 다하는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할 것이다.
◇사회=내년 한국 전자정부 도입 50주년을 맞는다. 지난 반세기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50년을 어떻게 꾸려갈지도 중요하다. 바람직한 미래 전자정부를 위해 더하고 싶은 의견은.
◇서병조=우리가 지난 50년 만들어온 전자정부는 말 그대로 끊임없는 진화의 과정이었다. 내부 행정업무 전산화에서 시작된 전자정부가 세계 최고 서비스를 수출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앞으로 50년에 관한 고민은 국민 미래에서 출발해야 한다. 국민은 전자정부의 고유한 사용자이자 고객이다. 미래 국민이 무엇을 생각하고 경험할지, 그들이 원하는 서비스 수요가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고령화 사회, 기술 진보가 사람 간 불평등을 가속화할 미래에서 전자정부 역할을 찾아야 한다.
미래 전자정부는 보다 효율적으로 연결된 디지털 플랫폼으로서 국민, 기업, 공공조직 다양한 사회주체가 자신의 역할을 통해 가치를 창출하도록 돕는 기반이 돼야 한다. 그것이 세계 최고를 넘어 진정한 글로벌 리더로서 발휘해야 할 미래 전자정부 청사진이다.
◇안문석=전자정부는 `생물`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이런 인식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1등했으니 끝났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리모델링 시점이 도래해도 사업 예산을 줄이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다행히 현 정부는 지속적 투자에 필요성을 느끼고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을 적극 도입했다.
전자정부는 공기 같아서 평소엔 고마움을 모른다. 공기가 부족하면 사람들이 불편해 한다. 우리 스스로가 전자정부에 자긍심을 가져야 한다. 한 차원 높은 전자정부로 가야 한다.
◇사회=마지막으로 정부의 의견을 듣고 좌담회를 마치겠다. 좋은 의견 감사드린다.
◇이인재=바야흐로 국민 참여를 넘어 국민 주도 거버넌스 시대다. 전자정부 발전을 위해서는 정부만의 노력이 아닌 국민, 전문가, 기업이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모아 최적의 방향을 설정하고 함께 나아가야 한다. 전자정부가 국민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도록 열린 마음으로 국민 목소리를 경청하고 소통·협력하겠다. 전자정부에 많은 관심 바란다.
정리=
이호준 SW/콘텐츠 전문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