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실장의 STAYTECH] 공간사업, ‘판’ 흔드는 ‘스테이테크’

[문 실장의 STAYTECH] 공간사업, ‘판’ 흔드는 ‘스테이테크’

“스테이테크가 뭐에요?”

업계 관계자나 학생, 혹은 내 글을 봤다는 독자에게 종종 듣는 물음이다. 기존 숙박O2O와 무엇이 다른 지 묻기도 한다. 예상대로다. 스테이테크는 ‘공간’을 뜻하는 stay와 ‘기술(tech)’의 합성어다.

지난해 1월, 나는 여기어때와 호텔타임을 운영하는 위드이노베이션의 CCO로 합류했다. ‘여기어때’는 모텔 등 중·소형호텔을 이용자와 연결하는 중소형숙박 플랫폼이다. 그리고 ‘호텔타임’은 고가의 비용으로, 문턱이 높은 특급호텔 등 고급 숙박업소를 ‘라스트미닛(당일 땡처리)’으로 내놔 사용자 부담을 낮추며 이용자 저변을 확장시킨 숙박 채널이다.

이 외에도 데일리호텔이나 세일투나잇, 여기야, 야놀자 등 다양한 숙박 중개 채널이 시장에 존재한다. 그리고 저마다의 매력을 내세우며 ‘숙박O2O 1위’, 혹은 ‘시장의 판을 바꿀 것’이라며 경쟁을 벌인다.

‘스테이테크’는 기존 사업 영역에 신조어를 붙인 말장난 개념이 아니다. 시장을 보다 능동적으로 개척하고, 혁신하고자 하는 의지의 발로다.

과거, 숙박O2O 개념은 분명했다. 앱을 통해 숙박업소와 사용자를 연결해 제휴점 매출을 올려주고, 이 과정에서 결제 수수료나 광고 수익을 취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우리가 집중하는 일이나, 앞으로 벌이고자하는 멋진 일들은 ‘숙박O2O’란 말로 규정하기에 부족했다.

더군다나 ‘여기어때’는 중소형호텔, 일명 모텔을 중개하는 서비스다. 중소형숙박에 대한 왜곡된 대중의 시선이 짙은 상황에서 ‘정면돌파’는 한계가 보였다. 이 시장에 십수년 간 뿌리를 내린 채 사업을 벌였지만, 숙박 혁신의 본질에 ‘메스’를 대지 못한 타 사와 구분도 필요했다.

다행스럽게도 시장에는 ‘스테이테크’ 기업이라 부르기에 아깝지 않은 ‘플레이어’들이 있다. ‘한국형 에어비앤비’라 불리는 ‘코자자’는 우리나라 대표 숙박공유 플랫폼이다. 에어비앤비가 우리나라를 노크하기 수 년전부터 이 사업을 벌여왔다. 코자자는 한옥스테이와 게스트하우스 등 전국 인기 숙소를 360도 가상현실(VR) 콘텐츠로 제작해 이용자에게 소개하기도 한다.

‘스테이즈’는 국내에 중장기로 체류하는 외국인 대상의 부동산 플랫폼이다. 유학생 등 외국인들이 언어와 법, 제도, 문화적 문제 등으로 주거공간을 찾기 어렵다는 점에 착안했다. 여행이 아닌 체류에 특화된 숙박공유 서비스다. 주택, 건물을 ‘숙박’, ‘거주’ 개념으로 접근하고, O2O에만 집중했다면 창출하기 어려웠을 사업 모델이다.

직방, 다방을 보자. 이런 관점에서 그들은 선도적인 스테이테크 기업이다. 직방은 ‘안심중개’를 통해 제휴 부동산들이 매물 등록 관리정책을 철저히 따라야 하며, 안심녹취 서비스(가상 안심번호 사용), 매물 광고 실명제, 5계명 준수 요건 등에 동의하도록 유도했다. 또한 330만 세대 아파트 주거 정보 서비스에 VR을 적용해 이용자가 아파트 단지를 직접 걷는 듯한 느낌을 구현했다.

다방은 ‘다방페이’를 통해 신용카드 월세 납부를 실현했다. 소득 노출을 꺼리는 일부 집주인들로인해 꿈도 못꿨던 월세 소득공제나 서비스를 가능하게 했다. 은행 이체나 현금으로 지급해왔던 월세 시장의 관행을 한 번에 바꿔버린 셈이다. 이들이 원룸이나 오피스텔 중개 본연의 업무에만 집중했다면, 이 같은 공간혁신을 이뤄낼 수 있었을까 싶다. 스테이테크 기업들은 ‘공간’을 바라보는 관점이 기존 오프라인 사업자와 다르다.

배달의 민족은 지난해 초부터 ‘푸드테크(food-tech)’란 용어를 내세워 경쟁사와 선을 긋고, 기존 시장(배달O2O)의 틀을 깼다. 푸드테크 기업은 얼마나 빨리, 혹은 저렴하게 배달음식을 주문자에게 제공하느냐를 고민하지 않는다. 음식과 IT가 만나 더 맛있고, 즐거운 삶을 만드는 비결을 연구한다. 당시 김봉진 대표는 “푸드와 IT를 더한 ‘푸드테크’에 집중할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 이후 배달의민족이 내놓은 것들이 배민프레시와 배민라이더스, 배민쿡이다.

스테이테크는 ‘공간’을 ICT와 접목시킨 빅데이터 기반의 신산업이다. 축적된 숙박 정보로 이용자에게 좋은 숙소를 추천하고, 호텔 열쇠를 모바일에 집어넣은 키리스(Keyless)나 첨단 센서를 통해 효율적으로 객실을 관리하는 IoT 등이 스테이테크로 발현될 수도 있겠다. 이 외에 공간과 ICT가 만나는 교차점에서 '혁신'이 필요한 서비스들이 많다. 우리는 숙박앱을 운영한다. 시장을 발굴하고, IT 생태계 조성에 노력할 것이다. 스테이테크는 곧 ‘우리’의 모습이 될 것이다.

필자소개/ STAYTECHER 문지형 diable7@gmail.com
중앙일보 아이위클리 취재기자로 시작해 SK플래닛, KT 홍보실을 거쳐 스타트업 숙박O2O 전문기업 위드이노베이션(WITHINNOVATION Corp.)에서 커뮤니케이션 임원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