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표준품셈 적용해 건전한 ICT 생태계 만들자

[기고]표준품셈 적용해 건전한 ICT 생태계 만들자

지난해 12월 정보통신공사업법이 일부 개정돼 올해 6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특이한 점은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적정한 정보통신 공사비 산정을 위해 표준시장단가 및 표준품셈 등 공사비 산정 기준을 마련, 발주자가 이용하도록 할 수 있는 조항이 신설된 점이다.

정보통신공사업은 유무선 통신장비 등 정보통신 설비를 설치하는 것을 말하는데 대부분 영세한 정보통신공사 업체가 담당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를 기반으로 여러 산업과 콘텐츠가 융·복합화돼 새로운 미래 먹거리가 창출되고 경제 발전이 이뤄지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정보통신공사의 적정한 공사비가 지급되지 않아 정보통신공사 업체가 어려움을 겪어 왔는데 앞으로 다소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세계가 부러워하는 최고 ICT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인프라를 현장에서 직접 설치하고 건설하는 업종이 정보통신공사업이다. 정보통신공사는 ICT 산업의 신경과도 같은 초고속 정보통신 설비 설치부터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CCTV 설비, 최첨단 인공지능 빌딩시스템(IBS) 설비, 위성통신설비 설치에 이르기까지 21세기 정보화 사회에 필수 설비를 설치하고 원활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ICT 인프라를 구축하는 중요한 산업이다.

정보통신공사업체는 전국에 약 9000개 업체가 등록돼 있다. 이들 업체의 97%는 중소기업에 해당한다. 이 가운데 1년 수주 물량이 50억원 미만인 공사업체가 93%, 10억원 미만 업체도 65%에 이를 정도로 아주 영세한 업체가 대부분이다.

43만명의 정보통신공사 종사자들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의 ICT 인프라 구축에 묵묵히 정진해 왔다. 이들의 ICT 산업 발전에 이바지한 노력에 비해 3D 업종이라는 사회 인식은 물론 대우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대부분 중소 정보통신공사업체가 기간통신사업자, 대기업과 같은 발주처의 협력 업체로서 정보통신설비 구축에 소요되는 공사비 산정을 발주처가 낮게 책정해 적정한 보수를 받지 못하는 데에서 기인한다.

공공발주 공사는 공사비 산정 때 정부에서 인정하는 표준품셈(공사의 대표 및 보편화된 공종·공법을 기준으로 작업당 소요되는 노무량, 장비사용시간 등을 수치로 표시한 표준)을 적용해 적정한 공사비를 산정해서 발주한다. 그러나 민간 발주는 정부에서 인정하는 표준품셈에 비해 턱없이 낮은 자체 품셈을 적용해 왔다.

특히 기간통신사업자 3사는 표준품셈에 비해 턱없이 낮은 자체 품셈을 적용해 최초 설계가격을 책정하고, 다시 협력사 간 지명경쟁 입찰로 낙찰자를 선정함에 따라 2중으로 하락된 공사금액으로 발주하고 있다.

이로 인해 중소 정보통신공사업체는 적정공사비가 확보되지 않아 회사 경영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공품질 확보에도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이러한 공사비 산정 구조 속에서는 건전한 ICT 산업의 생태계가 구축될 수 없다.

국민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업무를 직접 수행하는 공사업체에 적정한 대가가 지급돼야 한다. 그래야만 공사업체는 정보통신설비를 제대로 설치하고, 이를 기반으로 우리나라 ICT 산업이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ICT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지속 유지할 수 있을 것이며, 대·중소기업 간 건전한 동반 성장의 생태계도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임주환 한국정보통신산업연구원장 yim@kici.re.kr